
해외에서 안전 문제로 퇴출당한 제품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감전 위험이 있는 전자기기, 알레르기 유발 식품, 유해 화학물질이 든 화장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3년 연속 증가…작년 신규 유통만 826건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국내에서 유통 중인 해외 리콜 제품 1,396건에 대해 유통 차단 등의 시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해외 리콜 제품 시정조치 수는 2023년 983건, 2024년 1,336건, 2025년 1,396건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특히 주목할 수치는 ‘신규 유통’ 건수다. 2025년 국내 유통이 처음 확인된 건수는 826건으로, 전년보다 43.2%나 급증했다. 단순히 유통 총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통한 리콜 제품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산 62%·전자기기·식품·화장품 집중
품목별로는 가전·전자·통신기기가 28.3%로 가장 많았고, 음식료품(19.7%)과 화장품(12.1%)이 뒤를 이었다.
위해 원인도 구체적이다. 가전·전자기기는 감전 위험(30.8%), 유해·화학물질 함유(27.4%), 화재 위험(22.2%) 순이었다. 음식료품은 유해·알레르기 유발 물질 함유가 68.7%에 달했고, 화장품은 유해·화학물질 함유가 6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산지가 확인된 536건 중에는 중국산이 62%로 압도적이었으며, 일본산 6.5%, 미국산 5.6%가 뒤를 이었다.
해외직구 8.5조 시대…구매대행이 허점
이 문제의 배경에는 해외 직접구매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연간 해외 직접구매 금액은 2023년 6조 8,000억 원에서 2024년 8조 원, 2025년 8조 5,000억 원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리콜 제품의 유입 경로도 늘어나는 구조다.
소비자원은 해외 리콜 제품이 정식 수입사보다 구매대행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판매처에서 차단해도 다른 사업자를 통해 재유통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자율 제품 안전 협약’을 체결한 결과 재유통 건수는 570건이었고, 재유통 비중은 1년 전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소비자원은 올해 ‘해외위해물품관리실무협의체’ 참여기관을 확대하고,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재유통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할 방침이다. 소비자에게는 해외직구·구매대행 이용 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누리집에서 리콜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안전 인증 여부와 제품 손상 여부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리콜 제품 국내 유통 문제는 단순한 행정 이슈가 아니다. 감전·화재·알레르기 반응 등 실제 신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문제다. 해외직구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 구매 전 리콜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