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을 받는 80세 이상 초고령 수급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평균 연금액은 25만원으로,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개인 노후 최소 생활비(139만 2000원)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규모는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8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는 99만 6106명으로, 전년(88만 8123명)보다 12.1%(10만 7983명) 증가했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745만 9625명)의 13.3%를 차지했다. 급여 종류별로는 노령연금이 73만 3040명, 유족연금 26만 632명, 장애연금 2434명이었다.
초고령 수급자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051만 4000명으로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75세 이상 80세 미만 수급자도 105만 734명으로 전년 대비 5.3% 늘었다. 이들이 80세를 넘기면서 초고령 수급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87%가 특례 수급자…가입 기간 짧아 ‘반쪽’ 보장
초고령 수급자의 연금액이 낮은 이유는 대부분이 ‘특례노령연금’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특례노령연금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이미 장년층이었던 1949년 3월 이전 출생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원래는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5년 이상만 납부하면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80세 이상 노령연금 수급자 73만 3040명 중 특례 수급자는 63만 9498명으로 87.2%에 달한다. 가입 기간이 짧았던 만큼 평균 수령액은 25만 3381원에 그쳤다. 반면 가입 기간 20년 이상인 완전 노령연금 수급자는 40명에 불과했고, 이들의 평균 수령액은 112만 2965원이었다. 같은 노령연금이라도 가입 기간에 따라 수령액이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가입 기간 10~19년인 감액 노령 수급자는 6만 61명으로, 평균 44만 1839원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최소 생활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례노령연금이 제도 도입 초기 가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반 수급자와 격차 심화…세대 간 연금 불평등
2026년 국민연금 전체 평균 수령액은 60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인상됐다. 20년 이상 가입자는 평균 97만원, 30년 이상 가입자는 122만원을 받는다. 최대 수령액은 265만원에 달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수급 연령에 진입하면서 충분한 가입 기간을 채운 수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초고령 수급자들은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 기초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월 34만 9700원~4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2026년 기준 779만명이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월 수령액이 51만 4960원을 초과하면 기초연금이 감액되거나 미지급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초고령층 수급자 규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초고령층은 대부분 연금 수령액이 적은 만큼 취약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복지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층 노후보장 체계 강화가 시급
전문가들은 초고령 수급자의 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기초연금, 주택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다층 노후보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일 제도만으로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2050년 수급자가 1330만명으로 늘어나고 예산이 1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소득과 자산이 많은 노인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중장기 개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초고령 수급자처럼 국민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계층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급자 수는 역대 최대지만 실질적인 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한 현실.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세대 간 연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이 제도 설계 초기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지,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