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원 갔는데 대학병원 기록이?”… 12월부터 확 바뀌는 병원 진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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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진료 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 구축
노인 환자/출처-연합뉴스

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차도가 없어 다음 날 다른 병원을 찾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제 어떤 약을 먹었는지, 무슨 검사를 받았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의사는 환자 말만 믿고 비슷한 검사를 다시 하거나 같은 성분 약을 중복 처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의료 쇼핑’은 환자 몸에도 무리를 주지만,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를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가 이 고질병을 뿌리 뽑기 위해 본격 칼을 빼 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4일 2026년 주요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4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시스템은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료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인프라다.

단순한 정보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가 새 나가는 구멍을 막고, 약물 오남용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153억 투입, 연말 시행 앞둔 디지털 혁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합뉴스

심평원이 이번 시스템 구축에 투입하는 사업비는 153억 원 규모다. AI 통합플랫폼 구축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클라우드 전환,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 인프라 확대를 포함한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심평원이 환자의 과다 의료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확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일정은 빠듯하다. 심평원은 오는 7월까지 의료 과다 이용 항목을 선정하고 운영 위원회를 구성한다. 어떤 항목이 중복 진료에 해당하는지, 환자당 적정 시행 횟수는 몇 번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이 시기에 확정된다. 시스템 개발은 11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며, 7월부터 9월까지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명회를 열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14만 의료기관 연결, 정보 공유의 새 시대

이 시스템의 대상은 전국 약 14만 개 요양기관이다. 2025년도에 요양급여비용, 의료급여비용, 건강검진비용 등을 지급받은 의원·병원·약국이 모두 포함된다. 의료기관들은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보건의료 체계에서는 환자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의사가 다른 기관의 진료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

정보 공유 체계가 구축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 정보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81조에 따라 10년간 보유되며, 민감정보 처리 절차를 거쳐 보안이 강화된다. 심평원은 11월과 12월 두 달간 시범 운영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한 후 2027년 전면 오픈할 계획이다.

환자 안전과 보험재정, 두 마리 토끼

출처-뉴스1

새로운 시스템이 가져올 변화는 명확하다. 우선 환자 안전이 강화된다. 여러 병원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처방받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정보가 투명하면 진료 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중복 검사로 인한 비용 부담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실시간 진료 정보 공유 시스템은 적정 진료를 유도해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시스템 도입 비용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중소 병의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환자 정보 유출에 대한 철저한 보안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맞춤형 컨설팅과 현장 지원을 강화해 이런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연말 시행을 10개월 앞둔 지금, 의료 현장의 디지털 대전환이 국민 건강과 보험재정을 동시에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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