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비가 너무 비싸서 당일치기로 바꿨어요.” 올해 초 강릉 여행을 계획했던 직장인 김모(32)씨의 하소연이다. 주말 기준 객실 요금이 20만 원을 훌쩍 넘기자, 결국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을 운전하며 하루 만에 다녀왔다. 이런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조사 결과 국내 여행객의 17.8%가 비싼 숙박비 때문에 당일치기로 일정을 축소했고, 10.2%는 아예 여행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가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과 2026년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여행 물가'(27.9%)였다. 응답자의 92.5%는 비싼 가격과 객실 부족으로 숙소 예약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공유숙박’이 주목받고 있다. 공급만 충분하다면 응답자의 92.9%가 공유숙박을 이용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합리적 가격 + 로컬 경험… 공유숙박의 두 가지 매력
공유숙박 이용자들이 꼽는 최대 장점은 ‘합리적 가격'(59.2%)이다. 전국 모텔·여관 사업자가 2019년 2만939명에서 2025년 11월 1만7621명으로 15.8% 감소하면서, 기존 저가 숙박 시장의 공백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29.2%나 줄었다. 반면 생활형 숙박업은 크게 증가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이유는 ‘현지 동네의 일상 경험'(22.2%)이다. 획일화된 호텔 객실 대신, 주택가 골목을 걷고 동네 빵집에서 아침을 사 먹는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실제로 대전의 ‘빵지순례’ 트렌드와 연계된 공유숙박 이용객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53.1% 급증했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에어비앤비는 ‘청결’, ‘아늑하다’, ‘고급스럽다’ 등 긍정적 연관어 비중이 80%를 넘긴 반면, 모텔·여관은 ‘낡음’, ‘불결함’ 등 부정적 이미지가 우세했다.
지역별 ‘앵커 콘텐츠’ 발굴이 열쇠
국내 여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42.4%는 ‘지역별 특색 있는 콘텐츠 및 경험 개발’을 꼽았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도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을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다. 대전의 ‘빵지순례’처럼 특정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앵커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수요에 맞춰 한국관광공사, 제주올레 등과 협력해 로컬 숙소와 콘텐츠를 발굴할 계획이다. 지역 숙소와 체험을 연계한 프로모션과 함께, 크리에이터들과 ‘방방곡곡 원정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숨은 지역 매력을 소개한다. 빈집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내국인 공유숙박 이용 제도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공유숙박 시장의 전환점
업계는 올해를 공유숙박 시장의 전환점으로 본다. 2026년 1월 1일부터 에어비앤비가 미신고 숙소의 예약을 전면 차단하면서, 시장 양성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생활형숙박시설의 1객실 숙박업 등록 허용 특례 확대를 논의하며, 전국 약 3만 1,560실의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많은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통해 공유숙박의 가격 경쟁력과 지역 체류의 매력을 경험했다”며 “공유숙박을 비롯해 지역별 특색을 담은 숙소 공급을 확대한다면 국내 여행 트렌드를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공급만 충분하다면 응답자의 83.1%가 여행 준비 스트레스 감소와 새로운 도시 방문 등 긍정적 변화를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하다”며 “공유숙박은 단순 숙박 제공을 넘어 지역 고유 문화와 결합된 체험형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