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한국 여행의 판이 바뀌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관광객 80%가 서울에 편중되는 불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방 중심 관광 대전환을 선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방한 외국인 1,894만 명 중 무려 81.7%가 수도권에만 머물렀다. 이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방 여행을 지원하면서, 여행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반값 여행’, ‘바가지 요금 영업정지’, ‘무비자 확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겼다는 것이다. 한국관광학회 서원석 회장은 “팬데믹 이후 외래 관광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체류 구조 다변화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이번 정책이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비자·복수비자 대폭 확대… 방한 문턱 낮춘다
먼저 외국인 입국 자체가 쉬워진다. 법무부는 핵심 관광시장인 인도네시아 3인 이상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시범 시행을 추진한다. 현재는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입국할 수 있던 인도네시아 관광객이 간편하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 11개국 국민에게는 방한 경험만 있으면 5년 복수비자를 발급하고, 중국·베트남 주요 도시 거주자는 기존 5년에서 10년 복수비자로 확대한다. 일본·싱가포르 등 18개국 대상 자동출입국심사 제도는 유럽연합(EU)까지 확대되며, 심사대도 대폭 증설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자 절차 간소화는 재방문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며 “특히 중국 3~4선 도시와 국내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전세기 상품이 본격화되면 지방 관광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감소지역 여행비 50% 환급… ‘반값 여행’ 4월 시작
지방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실질적인 금전 혜택이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하면 여행경비의 50%를 환급하는 ‘지역사랑 휴가 지원 사업(반값여행)’을 시범 운영한다. 또한 비수도권 대상으로 20만 장의 숙박 할인권을 배포해 지방 여행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인다.
내년부터는 정부·기업·근로자가 공동으로 여행 경비를 적립하는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된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3,000곳의 관광숙박업 중심 정책을 27,000곳의 생활숙박업까지 포괄하도록 전면 개편하고, ‘숙박업 품질인증제’를 도입해 양질의 숙박 시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4·5성급 관광호텔에 적용되는 교통유발계수도 2.62에서 1.64로 낮춰 교통유발부담금을 줄이고, 대학교 인근에도 일정 요건을 갖춘 관광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바가지 요금 영업정지·24시간 크루즈 터미널… 여행 인프라 전면 개선
이재명 대통령이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바가지 요금 문제도 강력히 단속된다. 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 가격을 준수하지 않으면 즉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현재 ‘가격게시’ 의무만 있던 농어촌민박도 ‘게시요금 준수’ 의무가 추가된다.
또한 ‘바가지 안심가격제도(자율요금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성수기·비수기 시기별 요금을 미리 정하고 신고하도록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예약을 일방 취소하면 제재 및 피해구제 규정이 신설된다. 바가지 행위 적발 시 온누리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도 제외된다.
교통 인프라도 대폭 개선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방공항 국제선을 대폭 늘리고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하며, 김해·청주공항의 민간 슬롯을 확대한다. 수도권 13개 노선만 운영 중이던 심야 공항버스는 충청·강원권으로 확대된다.
크루즈 인프라도 혁신된다. 올해 170만 명이 예상되는 방한 크루즈 관광객의 승하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내 복수 기항 크루즈에는 신속심사제도를 도입하고, 대규모 크루즈는 선상 심사를 확대한다. 통상 오후 10시까지인 터미널 운영시간은 부산항부터 24시간으로 연장 시범 도입되며, 시간당 4,000명을 처리할 수 있는 부산북항크루즈터미널 신축도 적극 검토 중이다.
강정원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기존 수도권 중심의 관광 지형을 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출입국 제도부터 지역 관문, 숙박 인프라, 지역 콘텐츠까지 전반의 혁신을 통해 지역관광의 대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2030년 입국 3,000만 명 목표를 2029년으로 1년 앞당겨 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