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780만t. 2024년 한국에서 배출된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의 양이다. 정부는 이 수치가 2030년에는 700만t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단이 충분한지에 대해선 벌써부터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 전쟁이 앞당긴 ‘탈플라스틱’ 선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8일 국무회의에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신재(新材) 플라스틱 폐기물을 2030년까지 현재 예상치(1,000만t)보다 30% 줄인 700만t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계획은 중동 전쟁으로 석유·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정책 확정에 속도가 붙었다. 기후부는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정과제”라고 설명했다. 정부안이 공개된 것은 작년 12월이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책 추진의 결정타가 됐다.
장례식장 다회용기·페트병 재생원료…구체 수치는 있다
감축 목표 300만t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용량 자체를 줄여 100만t, 신재 대신 재생원료 플라스틱 사용을 늘려 200만t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회용품 줄이기의 첫 타깃은 장례식장이다. 전국 1,075개 장례식장 가운데 다회용기를 쓰는 곳은 100곳으로 전체의 9.3%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공 장례식장부터 협약을 체결하고 민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페트병 재생원료 의무화도 강화된다. 현재 연간 5,000t 이상 사용 업체에 10% 적용되는 재생원료 의무 비율은 2030년까지 연간 1,000t 이상 업체로 대상이 넓어지고, 비율도 30%로 높아진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30년까지 페트병 30%, 식품·화장품 용기 10~30%, 포장재 35%, 자동차 20% 등 품목별 재생원료 사용 목표를 법제화했다. 한국 정부도 이를 벤치마킹해 PE·PP 소재 식품·화장품 용기와 비닐에도 재생원료 사용 목표 설정을 검토 중이다.
‘유도·촉진’의 한계…강제력 없는 선언에 그치나
이번 계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유도’와 ‘촉진’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접근이지만, 구체적 일정과 처벌 규정은 대부분 빠져 있다. 종전 정부안에 포함됐던 ‘일회용 컵 가격 별도 영수증 표기’ 방안도 이번 최종 계획에서 제외됐다. 컵값을 표기해도 소비자가 추가 부담을 지지 않아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반면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탈플라스틱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식품·소재 기업 대상의 주가는 정책 발표 전후 상승세를 보이며 바이오 소재 시장 성장에 대한 업계 기대를 반영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민간 주도 친환경 전환 모델을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협업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은 환경 문제인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산업 과제다. 목표 수치는 구체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강제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2030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