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찍힌 날짜 하나가 호흡기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날짜가 조작됐다면 어떻게 될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사용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할 KF94 보건용 마스크 8만 2000장을 불법으로 재유통한 혐의자 2명을 약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폐기하겠다” 속인 뒤 창고로…3년 연장 변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자 1명과 마스크 기기설비업자 1명은 지난해(2025년) 1월 제조사에 “마스크를 전량 폐기하겠다”고 속여 사용기한이 지난 KF94 마스크 8만 2000장을 무상으로 인수했다.
이들은 경기 용인의 임대창고로 마스크를 옮긴 뒤, 2025년 1~2월에 걸쳐 포장에 기재된 사용기한을 약품으로 지우고 ‘2028년 3월 25일’로 새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약 3년을 연장·변조했다. 제조 번호까지 모두 삭제해 추적 자체를 차단했다.

자선단체까지 흘러든 변조 마스크…적발은 우연에서 시작
변조된 마스크 8만 2000장 가운데 2000장은 온라인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2만 5000장이 세금 감면을 노린 자선단체 기부로 소진됐다는 점이다.
호흡기 질환자나 고령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로 혜택을 받는 자선단체 기부 루트를 통해 성능이 보장되지 않는 마스크가 공급된 것이다. 사건의 단서는 우연히 잡혔다. 식약처 공무원이 시중 마스크의 표시 사항을 직접 점검하던 중, 글씨가 비정상적으로 흐릿하고 제조 번호가 아예 없는 제품을 발견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식약처 수도권 식의약 위해사범조사TF는 지난 3월부터 유통 단계를 추적해 피의자 2명을 검거하고, 보관 중이던 변조 마스크 5만 5000장을 즉시 압류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MB 필터 성능 저하…사용기한은 ‘신뢰의 마지노선’
송대일 TF 팀장은 브리핑에서 “마스크의 사용기한은 MB 필터 성능 때문에 정해진다. 기한이 지난 제품은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소재인 MB(멜트블로운) 필터는 정전기 원리로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데, 시간이 지나면 정전 효과가 떨어져 차단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식약처는 KF94가 94% 이상의 입자를 차단한다고 허가하지만, 이는 사용기한 내에서만 유효하다. 기한이 지난 마스크를 쓰면 마치 일반 천 마스크를 착용한 것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확인법도 있다. 구매 전 제품 포장에 ‘의약외품’과 ‘KF’ 표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허가 여부를 조회하는 것도 필수다. 마스크를 세탁해 재사용하거나 안쪽에 수건·휴지를 덧대는 행위도 차단 성능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삼가야 한다.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 호흡기 건강을 지켜야 할 마스크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도구로 둔갑할 수 있다. 식약처는 변조가 의심되는 마스크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자 스스로의 꼼꼼한 확인이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