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복판 한강에서 유람선이 강바닥에 걸려 멈췄다. 359명의 승객이 배 안에 갇혀 1시간을 보낸 이 사고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운항사의 명백한 주의의무 태만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강바닥에 걸린 유람선…승객 359명 1시간 고립
지난 3월 28일 오후 8시 5분,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인근 한강에서 유람선 ‘러브크루즈’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의도를 출발해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인근을 지나던 중이었다.
탑승객 359명은 한강경찰대와 119수난구조대 구조정에 의해 약 1시간 만에 전원 안전하게 구조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강 한복판에서 선박이 멈춘 상황 자체만으로도 승객들의 불안은 컸다.
‘저수심 구간’ 무단 진입…흘수 2.2m 선박의 위험한 항로 이탈
서울시는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현장 조사와 업체 관계자 면담, 제출자료 확인 등 5일간의 조사를 실시했다. 4월 6일 발표된 최종 결론은 ‘운항 경로 이탈에 따른 주의의무 태만’이었다.
러브크루즈호는 동작대교 상행에서 반포대교 구간이라는 통상적인 운항 경로를 벗어나 수심 약 1.8m의 저수심 구간에 진입했다. 해당 선박의 흘수(선체가 물에 잠기는 깊이)는 2.2m로, 좌초 지점의 수심보다 선체가 더 깊이 잠기는 구조였다.
사고 당일은 간조 상태로 수위가 낮아진 상황이었다. 이런 해양 조건을 고려하면 더 높은 주의가 요구됐지만, 운항사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자체 동력으로 이동을 시도한 점으로 볼 때 선박 자체의 문제가 아닌 순수한 인적 과실”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신고 지연에 과태료까지…서울시, 사업정지·규칙 제정 추진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이어졌다. 운항사는 사고 직후 119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미래한강본부에 즉시 신고·보고를 하지 않고 수위 상승 후 자체 동력으로 이탈을 시도했다. 이는 공식 구조 요청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시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제29조에 따라 사고 보고 미이행에 대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고, 제9조에 근거해 해당 유람선에 1개월 사업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안전 운항 계획 제출 요구와 운항 경로 고정, 수심 모니터링 의무화 등 사업 개선 명령도 함께 내릴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강 전체 유·도선에 대한 점검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한강 환경에 특화된 ‘한강 운항 규칙’ 제정도 검토한다. 현행 규정이 한강의 특수한 수심 변화와 운항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운항사 이크루즈는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항적정보 상시 모니터링, 조타·감속·회피조치 등 주요 운항 사항의 항해일지 기록, 수심 변화 발생 시 선장·본사·관련 부서 간 즉시 공유 체계 구축, 정기적 수심 측정과 항로별 데이터 축적·관리 등이 골자다.
15년 이상 한강을 운항해온 유람선이 기본적인 항로를 이탈해 강바닥에 걸렸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다. 서울시의 강도 높은 행정 처분과 ‘한강 운항 규칙’ 제정 검토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시민과 관광객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