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복 한 벌에 34만원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정한 올해 교복 상한가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실제 지갑에서 꺼내는 돈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정장형 교복 외에 생활복 20만원, 체육복 8만원을 추가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상한가 제도가 있어도 학부모 부담은 줄지 않는 기묘한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정부가 마침내 교복 가격 구조 전체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교육부는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교복 가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공급구조 재편, 지원방식 전환, 심지어 정장형 교복 폐지까지 담은 전면적 개혁안이다.
교육부는 27일부터 3월 16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약 5,700곳을 대상으로 교복비 전수조사에 나선다. 학교별 가격과 공급업체 현황을 분석해 올 상반기 안으로 생활복·체육복 등 품목별 상한가를 새로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원비 관리 강화 방안도 동시에 발표하며 민생물가 전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한가 34만원, 실제 부담은 50만원 넘어
교복비 부담의 핵심 문제는 ‘상한가 지원의 허점’에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정장형 교복 한 벌뿐이지만, 서울 학교의 74%가 정장형과 생활복을 혼용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상한가인 34만4,530원을 지원받아도 생활복 20만원, 체육복 8만원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실제 부담은 50만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 경남 지역만 봐도 진주 A여고는 38만2,000원, 김해 B중학교는 14만원으로 24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학생 수가 적은 군 단위 지역(함양 34만원대)이 대도시(창원·김해 21만원대)보다 비싼 이유는 공동구매 물량 차이 때문이다. 소규모 학교가 밀집한 지역은 구조적으로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전국 중학교 평균 단가는 30만원대지만, 경남의 경우 231개교(47.6%)가 30만원 이상이다. 편한 교복을 도입한 학교는 241개교(49.7%)로 절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전히 불편한 정장형 교복을 입으면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 지원부터 정장형 폐지까지…6대 개혁안
정부는 단순 가격 인하가 아닌 구조 개편에 나섰다. 첫째, 4대 브랜드 중심의 공급구조를 깨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 협동조합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협동조합이 입찰에 참여하면 가점을 주고, 공동브랜드 창설 컨설팅과 보증·융자를 지원한다. 공공부문 우선구매 촉진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둘째, 지원 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 현물 지원(정장형 교복)에서 현금이나 바우처로 바꿔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품목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다. 셋째,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교복은 아예 폐지를 권고한다. 설세훈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정장형 교복에서 생활형 교복, 체육복 등 편한 교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넷째, 4대 브랜드와 소규모 업체 등 모든 사업자의 유통구조, 가격, 불공정행위 유형을 전수 분석한다. 다섯째, 3월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며 공정위와 협력해 입찰 담합을 집중 모니터링한다. 여섯째,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 과태료는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신고포상금은 10배 인상한다. 초과 교습비 신고는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
“학교 자율 결정” 한계…실행력이 관건
정부 의지는 확고하지만 실효성 논란도 만만찮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학교의 자율성’이다. 설세훈 실장은 정장형 교복 폐지와 관련해 “교육청과 함께 폐지를 권고하면 결정은 학교가 하게 된다”며 “한 번에 딱 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만으로는 전국 5,700개 학교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복·체육복 상한가 설정도 ‘상반기 중’으로 예정돼 있어 올해 신입생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 지원 역시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무사들은 “입찰 가점이나 컨설팅 지원만으로는 4대 브랜드의 시장지배력을 단기간에 약화시키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학원비 관리 강화도 함께 발표됐지만, 학원가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3월까지 고액 학원(교습비 상위 10%)을 집중 점검하고 자습시간을 교습시간에 포함하는 편법을 적발한다. 신고포상금을 10배 올리며 민간 감시망 구축에 나섰지만, 학원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교복·학원비 관리 방안은 학부모 부담 완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았지만, 실행력이 관건이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안에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3주간의 전수조사와 3월 집중신고기간이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