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주주들 어쩌나”… 구글에 ‘빗장’ 푼 정부, 지도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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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부 허가
구글코리아 사옥/출처-연합뉴스

정부가 18년간 거부해온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27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에서 국방부·국정원 등 9개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1대 5천 축척 지도의 반출을 의결했다.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표현하는 이 지도는 현행 법률상 국외 반출에 국토부 장관 승인이 필요한 고정밀 지도다.

이번 결정은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 반출을 불허한 데 이어, 2025년 2월 신청 이후에도 세 차례나 결정을 연기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지도 반출 규제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예고하는 등 통상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주목된다. 국방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엄격한 보안 조건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보복 우려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 허가가 아닌 5중 보안장치를 통해 군사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3시간 30분에 걸친 회의에서 국방부와 국정원은 “안보적으로 취약한 지점들을 기술적으로 완화”하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시설 보호 5중 장치, 등고선·좌표 정보는 원천 차단

출처-뉴스1

이번 반출 허가의 핵심은 군사·보안 시설 정보의 철저한 차단이다. 정부는 먼저 구글 맵스와 구글 어스의 위성·항공사진 서비스에서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만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뷰에서도 군사·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해야 한다. 특히 지형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한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거나 노출을 제한하는 조건을 달았다.

더 결정적인 것은 반출 데이터의 범위 제한이다. 구글은 내비게이션·길찾기 서비스를 위한 교통 네트워크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으며, 등고선 등 안보적으로 민감한 지형 정보는 반출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군사 작전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등고선 정보가 유출될 경우, 적성국의 침투 경로 분석이나 미사일 타격 좌표 설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협의체는 “교통 네트워크에 한정한 데이터만 반출이 가능하다”며 “민감하지 않은 정보만을 반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반출까지는 구글의 시스템 적용에 약 6개월, 정부의 이행 검토까지 포함하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레드 버튼·전담관 배치로 24시간 통제권 확보

구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내건 또 다른 핵심 조건은 긴급 상황 대응 체계다. 구글은 국가안보와 관련해 임박하거나 구체적인 위협이 있을 경우, 서비스를 즉시 중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인 ‘레드 버튼(Red Button)’을 구현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군사 도발이나 국지전 상황 시 적에게 실시간 지리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아울러 ‘한국 지도 전담관’을 국내에 상주시켜 정부와 보안 사고 대응에 대한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하도록 했다. 군사·보안 시설이 추가되거나 변경될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구글이 국내 제휴 기업에 수정을 요구하고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특히 정부는 구글의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를 통한 ‘대행’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국내법이 적용되는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한 뒤,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정보만 반출하는 방식이다. 협의체는 “이를 통해 사후관리 통제권이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허가를 중단·회수할 수 있으며, 지속적·심각한 반복 위반 시 구글은 반출된 정보로 더 이상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게 된다.

관세 보복 vs 안보 위협, 고심 끝 조건부 허가

군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안보와 통상 사이에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정부는 2025년 2월 구글의 신청 이후 5월, 8월, 11월 세 차례나 결정을 연기하며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왔다. 협의체 참석자는 “변수가 많은 민감 사안이었지만, 반출 허가가 절대 불가하다고까지 반대하는 부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통상 압박이 있다. USTR은 한국의 지도 반출 규제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제시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입장 변화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5중 보안장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보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방 전문가들은 “구글이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더라도, 제휴기업의 해킹이나 내부자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레드 버튼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외국인 관광 증진과 지도 서비스 기반 경제적·기술적 파급 효과를 함께 고려했다며,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를 통한 통제권 확보로 안보 우려를 충분히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미국의 통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측면이 크지만, 정부가 최소한의 안보 장치를 확보하며 양보와 통제의 균형점을 찾으려 한 결과로 평가된다. 앞으로 구글의 조건 이행 여부와 실제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군사·보안 시설 정보가 얼마나 철저히 보호되는지가 이번 결정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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