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선물로 정성껏 고른 과일이 배달 도착 후 이미 물러 있었다면? 설 연휴가 끝난 지난 2월, 소비자들의 분통 터지는 경험이 숫자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을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상담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과일·과일가공식품(68.9%)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 선물용으로 구매한 과일이 변질·부패했다는 품질 불만이 주를 이뤘다.
명절 선물 과일, 왜 이렇게 많이 상하나
설 명절 특수 기간에는 고급 과일 선물 세트 수요가 단기간에 폭증한다. 문제는 유통망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냉장 배송 차량과 물류 창고가 한꺼번에 과부하 상태에 놓이면서, 온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적 허점이 반복된다. 식품배달 분야 소비자 조사에서도 위생·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평균 3점 이하에 그친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항공권·헬스장·이사…불만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
지난 2월 상담 건수가 가장 많은 품목은 항공여객운송서비스(1,201건·2.6%)였다. 여행 중개 플랫폼에서 구매한 항공권을 취소할 때 발생하는 과도한 위약금, 그리고 결제 대금 환급 지연이 불만의 핵심이었다.
이어 헬스장(1,051건·2.3%), 건강식품(786건·1.7%), 인터넷 교육서비스(728건·1.6%), 의류·섬유(720건·1.6%) 순으로 상담이 많았다. 디지털 거래가 일상화됐지만 환불과 계약 분쟁에서 소비자 보호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셈이다.
새 학기를 앞둔 이사 수요 증가로 건물청소서비스(41.5%)와 포장이사운송서비스(23.8%) 상담도 급증했다. 이사 성수기에 업체가 몰리고 계약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서비스 품질 분쟁이 반복되는 계절적 패턴이 올해도 그대로 나타났다.
전체 상담은 줄었지만, 방심은 금물
흥미로운 점은 지난 2월 전체 소비자 상담 총건수가 4만5,801건으로 전월 대비 24.8%, 전년 동월 대비 9.4%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절대 수치만 보면 소비자 피해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선 신호로 보지 않는다. 경기 불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지출 자체가 줄었고, 그 결과 상담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소비자 신뢰도 지수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소비자 피해를 입었다면 거래내역과 증빙서류를 갖춰 1372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 또는 소비자24를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설 선물 과일 한 박스의 불만에서 시작해 항공권 환불, 이사 계약 분쟁까지—2월 소비자 불만 지형도는 우리 일상 속 거래 전반에 걸친 신뢰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플랫폼과 유통 구조의 투명성 강화 없이는 매년 같은 불만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