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 판매자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를 요구하는 일이 사라진다. 대신 해외 대형 플랫폼은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국내 대리인을 두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덜 수집하되, 사업자 책임은 더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전자상거래 규제 개편이 본격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 공포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담은 고시도 이날부터 이달 31일까지 행정예고에 들어간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최소 수집, 최대 책임’ 원칙이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개인 판매자로부터 확인해야 하는 신원정보는 기존 5개(성명·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이메일)에서 2개(전화번호·이메일)로 대폭 줄었다. 만약 플랫폼이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기관을 통해 이미 신원을 확인했다면 전화번호만 받아도 된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개인과 기업, 다른 잣대 적용
반면 기업형 플랫폼, 특히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다.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사업자 중 △전년도 매출 1조원 이상 △최근 3개월간 국내 소비자 월평균 100만명 이상 접속 △공정위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아마존, 이베이, 테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대상이다.
이들은 국내 대리인 지정 후 지체 없이 공정위에 대리인 정보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자사 사이트 첫 화면에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본사가 해외에 있어 연락이 안 된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도록 책임 창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사용후기 조작 막는다, 투명성 의무화
소비자 리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사업자가 사용후기를 게시하는 경우 △작성 권한이 있는 자 △게시 기간 △등급평가 기준 및 효과 △삭제 기준 및 이의제기 절차를 사용후기 확인 첫 화면에 공개해야 한다. 그간 일부 쇼핑몰이 부정적 리뷰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별점 조작 의혹을 받아온 문제에 제동을 건 셈이다.
특히 중소 쇼핑몰의 경우 리뷰 시스템 개편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습 위반엔 과징금 2배, 자진 시정 혜택 축소
법 위반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해졌다. 기존에는 여러 차례 반복해야 과징금이 50% 가중됐지만, 이제는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4회 반복 시에는 과징금이 100%, 즉 2배로 뛴다. 자진 시정 시 감경 폭도 종전 최대 30%에서 10%로 대폭 축소됐다. 한 번 걸리면 “다음부턴 조심하겠다”며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과징금 2배 가중이 실제로 법 위반을 억제할지는 시행 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공정위는 입법·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전자상거래법 시행일에 맞춰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는 덜 모으고, 사업자 책임은 더 묻는 이번 개정안이 소비자 보호와 플랫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