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활동이 단순한 정서적 위안을 넘어 신체 호르몬 수치까지 바꾼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전체의 29.2%에 달하는 현실에서, 이 연구 결과는 단순한 학술 보고를 넘어 고령화 사회의 건강 정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옥시토신은 오르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내려가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경북대·오산대와 공동으로 대학생 13명을 대상으로 반려견 교감 활동의 생리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반려견과의 활동을 정적 활동(쓰다듬기·간식 주기·포옹)과 동적 활동(산책·장애물 넘기·원반 던지기)으로 나눠 침 속 호르몬, 뇌파, 심박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유대감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동적 활동 후 최대 45% 증가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정적 활동 후 27%, 동적 활동 후 20% 감소했다. 뇌파 분석에서도 남녀 모두 집중도가 높아지고 뇌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며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같은 활동, 다른 반응…성별 차이가 핵심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다. 여성은 반려견을 쓰다듬거나 간식을 주는 정적 활동에서 옥시토신이 41% 증가한 반면, 남성은 산책이나 장애물 코스 같은 동적 활동에서 옥시토신이 4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접촉 방식과 유대감 형성 경로의 성별 차이로 해석한다. 여성은 신체 접촉과 정서적 교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남성은 함께하는 신체 활동과 도전적 상황에서 유대감이 더 효과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표본이 13명으로 소규모인 만큼, 이휘철 축산과학원 동물복지과장도 “향후 연구 대상을 확대해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인 가구 35% 시대…반려견 치유의 사회적 맥락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사회 구조적 맥락 때문이다.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35%를 넘어선 가운데,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독일과 네덜란드 연구팀의 메타분석(212개 논문, 12,966명 대상)에서도 신체 접촉은 코르티솔 감소와 옥시토신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려견 양육자는 10년 사망 위험이 24% 낮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반려견 양육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당 150분 이상 중강도 운동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약 4배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AI 돌봄 로봇 등 기술 기반 대안과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개선 효과는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교감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에서 반려견 기반 치유의 가치는 뚜렷하다.
물론 반려견을 ‘치유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훈련 부담, 의료비, 이별의 상실감 등 현실적 어려움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은 건강 증진의 ‘촉매’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처방’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반려견과의 교감이 호르몬 수치를 바꾸고 뇌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은 이제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과제 앞에서, 반려견과의 일상적 교감을 공중보건 차원의 ‘사회적 처방’으로 접근하는 정책적 논의가 본격화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