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그리고 ‘노딜(No Deal)’.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이끌었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워싱턴DC로 돌아왔다.
미국과 이란이 최고위급 대면 회담 테이블에 앉은 것은 약 47~50년 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이번 협상의 역사적 무게는 무거웠고, 국제사회의 시선도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농축 우라늄 처리, 이란의 핵무기 포기 등 2~3개의 핵심 쟁점에서 양측은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21시간의 담판, 왜 깨졌나
협상은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진행됐다. 중재국 파키스탄이 장소를 제공하고, 미국 측에선 밴스 부통령이, 이란 측에선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었다.
결렬의 핵심은 미국이 제시한 ‘레드라인’, 즉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요구였다.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하게 제시했고, 이란에 최종적·최선의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로 공통의 틀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뇌관이었다. 이란은 이 해협을 전략적 압박 카드로 유지하려는 반면, 미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완전한 개방을 요구했다. 양측의 이해관계는 근본적으로 충돌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과 밴스의 딜레마
이번 협상에는 미국 국내 정치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 부활절 오찬 자리에서 “성사되지 않으면 밴스를 탓할 것, 성사되면 모든 공은 내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협상 결과에 따른 책임을 사전에 분리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MAGA 계열 인사로서 해외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 최소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란전 개시 이전에는 전쟁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협상 수장으로 나서면서 정치적으로 복잡한 위치에 놓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가 협상 수장으로 나선 이상, 향후 전개와 무관하게 이란전과 거리를 두기 어려운 위치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파키스탄 출장이 국내 정치에 집중해온 그에게 “가장 주목받는 외교 무대”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역봉쇄 카드와 협상 재개 가능성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공식화를 선언했다. 미국이 이란의 해상 압박에 맞대응하는 강경 카드를 꺼낸 것으로, 휴전 국면은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반면 이란은 협상 직후 “일부 이견이 남아 있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소 온건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미국의 역봉쇄 선언과 상충되는 신호로, 향후 협상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단 3개만 받고 구체적 발언을 자제한 것을 두고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여지 남기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합의 실패를 공식화하면서도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셈이다.
47년 만에 성사된 미·이란 최고위급 대화는 결국 첫 시험대에서 결렬됐다. 트럼프의 역봉쇄 압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낼지, 아니면 휴전 자체를 흔들 변수가 될지—밴스의 다음 행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