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중동 전장서 ‘96% 요격률’ 입증…걸프 방산 판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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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韓천궁Ⅱ 조기인도 타진…UAE도 추가 요격미사일 요청 / 신화, 연합뉴스

걸프 국가들의 무기 창고가 비어가고 있다. 지난 6주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 주요국의 방공 탄약이 급격히 소진됐다.

이들 국가는 이제 ’30일, 60일, 90일 안에 무엇을 납품할 수 있느냐’는 절박한 질문을 들고 한국·영국·우크라이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월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탄약 부족 문제가 아니다. 미국 중심의 방산 조달 체계가 실전에서 균열을 드러냈다는 구조적 경고로 읽힌다.

UAE 실전에서 증명한 천궁II…96% 요격률의 충격

한국 방산이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UAE는 이란의 공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이 공급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M-SAM)를 실전 운용해 96%의 요격률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천궁II의 실전 신뢰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UAE는 현재 한국 측과 천궁II 추가 도입을 협의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조기 인도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동시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생산하는 일본 측과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 미국 중심 조달에서 벗어나 다각도의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UAE 천궁-II 추가 도입
천궁-II / 연합뉴스

미국 방산, 수요 폭증에 공급 한계 노출

걸프 국가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방산업계의 생산 능력 한계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방산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는 2022년 미국에 발주한 패트리엇 5기의 납기가 계속 연기되자 주문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국방부 기지에서 열린 방산업체 회의에서도 업체 측은 영국·우크라이나·걸프 지역의 동시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토로했다.

걸프 국가들은 영국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의 소형 저가 미사일과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전자전 장비도 확보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이미 우크라이나와 방산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UAE도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저가 드론의 부상…방공 패러다임이 바뀐다

WSJ은 이번 사태가 두 가지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첫째, 이란의 보복 공격 규모를 걸프 국가들과 미국 모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전략적 판단 실패다.

둘째, 저가 드론이 대규모 공습의 새로운 주력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고가의 요격미사일로 저가 드론을 막는 비대칭 소모전이 현실화되면서, 걸프 국가들은 비용 효율적인 방어체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자국 내 수요가 포화 상태여서 걸프에 충분한 수출 여력이 없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결국 실전 검증된 성능과 납기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자가 이 거대한 수요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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