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격적인 철강 관세 폭탄에
한국 업계는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반응
경쟁력 강화로 역전 노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예고했던 ‘관세 전쟁’의 신호탄이 마침내 발사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 공식 발효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25%의 추가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전 세계 철강에 25% 관세… 한국도 예외 없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1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약 1천500억 달러(218조원) 상당의 제품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번에는 알루미늄에도 25% 관세를 적용하고 대상 품목도 확대했다. 253개 파생제품까지 관세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그동안 적용해온 예외와 관세 면제도 원칙적으로 모두 폐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이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어냈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가 이번 조치로 폐기됐다는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K-철강, 충격보다는 기회에 주목
놀랍게도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관세 부과를 기회로 자국 내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25%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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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강관 산업의 최대 수출처가 미국인 만큼, 미국 유정관 가격이 톤당 1800달러에서 2350달러로 31% 급등한 현상은 국내 강관업체들에게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품질 경쟁력 강화로 미국 시장 공략
한국 철강업계는 이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가격 및 품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한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업계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 제조 원가 혁신에 몰두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협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생산이 어려운 철강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시장에 공급되는 국가별 철강기업 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특히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기업 차원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됨으로써 미국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관세의 최대 효과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시작으로 내달 2일엔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이번 관세 조치로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즉시 25% 관세가 적용되었지만,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은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가 있을 때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