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늦어지고, 입사는 더 어려워진다
정년 늘린다면, 청년들에게 기회는?

“40대가 팀 막내라는 말, 우스갯소리가 아니더라고요.”
최근 대기업 현장에서 나오는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신입사원이 드물어진 조직에선 40대조차 가장 어린 직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젊은 인재가 사라진 자리에 중년 인력이 버티고 있는 모습은 한국 노동시장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년 새 20대 직원 5만 명 줄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중 67곳의 20대 직원 비중은 2022년 24.8%에서 2024년 21.0%로 감소했다.
인원으로는 약 4만 7천 명이 줄었다. 반면 30대 이상 직원은 오히려 3만 5천 명 이상 늘어나 인력 구조의 노화가 뚜렷해졌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에선 40대 이상 직원 수가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3명 중 1명이 간부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의 일환이 아니다. 신입 채용 자체가 줄어들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이 늘어난 결과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력 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청년층이 들어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특히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의 ‘버티기’가 심화되면서 조직 내 세대교체는 더욱 늦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위로금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정년 연장’을 또 다른 해법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일본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일본은 이미 2013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도입해, 정년 60세 이후에도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2022년 기준 60~64세 취업률은 73%, 65~69세 취업률도 50%를 넘는다.
일본 따라가면 청년 고용은 더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일본식 모델이 청년층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 이후 계약직 재고용 방식을 택하면서 고령자의 임금은 크게 줄었다.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60세 시점 대비 59%에 불과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년 연장을 계약직 재고용 형태로 도입하면 고령자의 노동조건이 불안정해지고, 청년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혜윤 부연구위원도 “한국은 일본보다 고용 안정성이 낮고, 임금 보전 장치도 부족해 일본식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결국 대기업의 노화는 단지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간 고용 기회를 둘러싼 구조적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청년층을 위한 해법 없이 정년만 늘리는 접근은 더 큰 고용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