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 선언에 유가 오히려 급등…’호르무즈 변수’가 발목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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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OPEC 탈퇴 후 유가 급등
연합뉴스

공급 확대를 예고하는 뉴스가 나왔는데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공식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공급 증가 기대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현실적 제약이 시장을 더 강하게 지배한 결과다.

UAE는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간) 국영 통신 WAM을 통해 5월 1일부로 OPEC 및 OPEC+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루 약 34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7위 산유국이자 OPEC 내 3위 산유국인 UAE의 이탈은 60년 넘게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유지돼온 감산 체제에 구조적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탈퇴 선언은 단순한 기구 이탈을 넘어 독자적 증산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 기대와 단기 공급 제약이라는 두 힘이 충돌하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퇴 선언에도 유가 급등…호르무즈가 핵심 변수

UAE의 탈퇴 선언 직후인 4월 28일(현지 시간) 국제유가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종가는 배럴당 111.26달러로 전장 대비 2.8% 상승했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선물은 배럴당 99.93달러로 3.7% 올랐다.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107.2달러로 2.88% 상승했다.

원자재 전문 투자 업체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UAE의 OPEC 탈퇴는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공급이 늘어나도 실제 판매가 어려워 유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UAE의 OPEC 탈퇴에도 3% 상승 / 뉴스1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도 “UAE 탈퇴는 장기적으로 유가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추가 생산분을 시장에 내보내기 어려워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이전 70달러’에서 60달러대 가능성까지…중장기 시나리오 재부상

호르무즈 변수를 제외하면 중장기 공급 확대 구도는 이전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UAE의 여유 생산 능력은 약 130만 배럴,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200만 배럴로 추산된다. 두 나라의 물량 경쟁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상당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의 하락은 그동안 시장에서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며 “UAE의 OPEC 탈퇴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 기대가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물량이 실제 시장에 공급될 경우 유가가 70달러대는 물론 60달러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유가에 짓눌린 한국 경제…물가 안정 효과는 ‘시차 존재’

국제유가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생산자물가 중 석탄·석유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31.9% 급등했고, 소비자물가 내 석유류도 9.9% 상승하며 물가 전반의 상방 압력을 키워온 상황이다.

한국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외부에 위치한 UAE 푸자이라항을 대체 수입 경로로 이미 활용하고 있어 UAE 증산 시 도입 물량 확대도 기대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3월 UAE를 방문해 국내 하루 소비량의 약 8배에 해당하는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한 바 있어 공급망 협력 기반도 마련돼 있다.

다만 유가 하락이 실제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은 생산 과정을 거쳐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2~3개월, 길게는 3~4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공급망 충격이 완화된 이후 낮은 가격의 원재료가 유입되면 실제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가공식품·외식 등 2차 품목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유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물가 상방 압력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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