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車 미국서 ‘불티’나게 팔리는데…업계 “곧 진짜 위기 닥친다” 경고

자동차 시장 관세 폭탄에 요동
판매 급증 현상은 착시효과뿐
업계 “곧 진짜 위기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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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동차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 차량 구매에 나서면서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고, 한국 자동차의 미국 내 판매량도 급증하는 특이한 현상이 포착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착시효과’로 규정하며 곧 닥칠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차량 가격 급등… 소비자들 ‘선구매’ 러시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차량 구매를 서두르면서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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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맨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는 208.2로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제레미 롭 디렉터는 “관세 영향으로 강한 가격 상승이 예상됐는데, 정확히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어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적용하며 시장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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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한국 자동차, 미국 판매 호조 불구 수출은 급감

이러한 관세 정책의 여파 속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상반된 상황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내 판매 실적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16만 2천여 대를 판매하며 4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5%, 기아는 13.8%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이러한 판매 증가세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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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판매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는 직격탄을 날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5억 1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이는 1분기 감소 폭 11.2%보다 더 확대된 수치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미국 내 판매 호조는 주로 기존 재고를 활용한 것으로, 수출 감소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판매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6월부터 진짜 고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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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판매 호조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선구매’ 현상일 뿐이며, 이는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6월 2일까지는 미국 판매 차량의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가격 상승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고 소진이다. 현재 현대차는 3개월, 기아는 2개월분의 재고로 미국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나, 이는 올해 중순쯤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로 인해 신규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고가 바닥나면 판매 급감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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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차 가격 / 출처: 연합뉴스

부품 공급망 구축 문제 역시 이러한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부품에 대해 관세 적용을 유예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5월 3일부터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 부품은 304개로 수출량 기준 135억 달러에 달한다.

결국 업계는 관세 인상분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우리나라 부품사의 수요와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자동차 산업 모두 관세 정책의 여파로 인한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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