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수요에 작년 4분기 순이익 57% 급증
TSMC, 올해 55조원 이상 투자 계획

반도체 업계의 거인이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6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TSMC의 4분기 순이익은 3,746억 대만달러(약 16조5,7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6.5조원을 달성한 삼성전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TSMC는 애초 1987년 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진흥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설립 당시 대만 공업기술연구원의 전액 출자로 시작했던 이 기업은, 장중머우 박사의 선견지명 아래 파운드리 전문 기업이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이는 대만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와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특히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의 첨단 반도체 수요가 실적 성장을 견인하며, 이제는 AI 시대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AI칩 생산 싹슬이 한 TSMC 4분기 실적 사상 최대

TSMC의 이번 실적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출의 74%가 3나노미터(nm), 5나노미터, 7나노미터 등 첨단 공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가장 앞선 기술인 3나노미터 공정이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며, TSMC가 반도체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관련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1분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50억~2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244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TSMC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자본지출 예산으로 380억~420억 달러(약 55조~61조원)를 책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규모로, 미중 반도체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TSMC의 성장세는 글로벌 AI 붐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023년 59%에서 2025년 6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열풍이 과대평가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수익을 창출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는 점과 미중 기술 갈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TSMC 매출의 13%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TSMC는 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에 이어 독일 드레스덴에도 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 확장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주요 시장과의 근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의 이번 실적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AI 시대의 본격 개막과 함께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며, TSMC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율 끌어 올려야 삼성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