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까지 깼다”
30·40대들의 선택에 시장 ‘술렁’
“대출도 안 되고, 모아둔 돈도 부족하고… 노후 자금인 건 알지만 지금 집 안 사면 영영 못 살 것 같았어요”, “고민 많이 했죠. 그래도 평생 월세로 사는 것보단 낫다고 봤어요”
지난해 퇴직연금을 깨서 집을 산 사람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6만4천명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특히 30·4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고금리에 대출이 막히자 결국 노후 자금까지 털어 집을 사야 했던 젊은층의 절박한 선택이 통계로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중도인출 금액도 2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40%나 급증했다.
‘영끌’해도 모자라 ‘퇴직금’까지
주택 구입이 중도인출 사유의 5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택 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깬 인원만 3만4천명으로, 금액으로는 1조 5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30대가 2만 7016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만 123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도 주택 구입이 가장 큰 중도인출 사유였지만, 20대 이하에서는 주거 임차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DSR 규제로 대출이 막히자 퇴직연금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매수 타이밍이라 판단한 첫 집 구매 희망자들이 이른바 ‘영끌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시중 대출이 어려워 퇴직연금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381조원으로 전년보다 13.9% 증가했다.
세액공제 혜택이 최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도 크게 늘었다.
IRP 가입자는 321만명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적립금은 30.9% 늘어난 76조원을 기록했다.
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원리금보장형이 80.4%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5.1%포인트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퇴직연금의 주택 구입 용도 활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출이 여의치 않은 실수요자들이 퇴직연금을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노후 자금을 조기에 소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30·40대의 주택 구입을 위한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노후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집값이 오를까?
갭투자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