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비었는데 10조 어디서?”…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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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조원 추경 논의
출처-연합뉴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에서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민심 달래기용 재정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통상적인 추경 재원이던 세계잉여금은 1000억 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10조 원을 마련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추경 검토 중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1월 한 달간 여섯 차례나 문화·창업 분야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3~4월 중 추경안이 발의되고, 선거 한 달 전인 5월쯤 본격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D-100, ‘벚꽃 지는 시기’가 적기

12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진행된 개표 실습/출처-연합뉴스

추경의 시기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있다.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유권자들이 경기 부양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은 3~5월이 최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계산이다. 지난해 청년 고용이 5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연간 목표로 내건 취업자 16만 명 증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용 돈 풀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재정 전문가들도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재정 집행은 장기적으로 국가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잉여금 바닥…법인세·예산 삭감이 ‘실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출처-연합뉴스

재원 마련이 가장 큰 숙제다. 2025회계연도를 마감한 결과,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과거 추경의 ‘종잣돈’ 역할을 했던 자금이 사실상 고갈된 것이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를 오르내리며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도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두 가지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올해 본예산 중 집행이 느리거나 시급하지 않은 사업 예산을 삭감해 추경 재원으로 전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초과세수 활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안팎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세입 경정을 통해 추경에 투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등 확보된 초과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추경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이 가능하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5조 원 이상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핀셋 추경’ vs 법적 요건 논란

출처-뉴스1

추경의 성격은 대규모 경기 부양보다는 특정 분야 지원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1.6~1.8%)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가 잠재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 경기 부양 목적의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언급한 문화·예술 지원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핀셋 추경’이 유력하다. 하지만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상 지출 의무 발생 등으로 명시하고 있어, 법적 요건 충족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단순히 특정 산업 육성이나 문화 지원만으로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1분기 GDP 속보치와 고용지표 추가 악화 여부가 추경 명분 확보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결국 3월을 전후해 발표될 경제지표가 추경 논의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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