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가방 대신 이건 어때”…불황 속 지갑 닫은 소비자들 ‘여기’로 몰렸다

불황에도 ‘작은 사치’는 놓칠 수 없어
명품 가방보다 화장품 매출 4배 성장
글로벌 명품업계 생존 전략으로 선택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백만 원대 가방은 부담스럽지만, 립스틱 하나쯤은 살 수 있잖아요.”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도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는 포기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이 명품 화장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

불황 속 빛나는 ‘스몰 럭셔리’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지난해 명품 브랜드 화장품 매출 증가율이 16~24%에 달했다.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같은 기간 명품 패션 제품 매출 증가율 5~11%에 비해 최대 4배 높은 수치다. 불경기에 명품 가방 대신 명품 화장품을 구매하는 ‘립스틱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립스틱 효과는 경제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수백만 원대 명품 가방 같은 고가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과 같은 작은 사치품을 구매하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 소비 현상을 일컫는다.

백화점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명품 화장품 매출은 약 20%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6.3%, 현대백화점은 24.0%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각 백화점의 명품 패션 매출 증가율은 각각 약 5%, 6.2%, 11.7%에 그쳤다.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민다해 롯데백화점 뷰티팀 바이어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명품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명품 브랜드의 뷰티 라인업이 백화점 전체 화장품 매출 신장률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온라인에서도 확인된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를 운영 중이며, 입점 브랜드는 초기 22개에서 현재 34개로 확대됐다.

냉각된 명품 시장, 위기에 처하다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명품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전체 명품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인 2018~2022년 매년 20~40%대의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지난해는 5~11%의 소폭 성장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21년 명품 매출 신장률이 35%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5%까지 떨어졌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소비량은 정체되었거나 오히려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면세점 업계도 명품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857만 명으로 59.4% 증가했지만, 매출은 0.8% 상승에 그쳤다.

명품업계, 화장품으로 활로 모색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화장품 라인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루이뷔통은 185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라 보떼 루이뷔통’ 화장품 라인을 올해 가을께 출시할 예정이다.

명품
명품 화장품 인기 / 출처: 연합뉴스

프라다도 2023년 화장품 라인을 선보인 후 국내에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단독 매장 ‘프라다 뷰티 성수’를 오픈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경기 침체에도 핵심 고객층이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매출 둔화를 피할 수 없다”며 “화장품 영역 진출은 경기 변동에 덜 영향받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명품 브랜드들의 화장품 시장 강화는 향후 럭셔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관심 집중 콘텐츠

파리 식당가 와인 바꿔치기

한국인 사랑 듬뿍 받는 여행지인데 “환상이 깨졌다”…‘발칵’ 뒤집힌 이유

더보기
한화 대미 라인

미국서 ‘러브콜’ 날아들더니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한화 행보에 ‘눈길’

더보기
모아타운

“더이상 못 짓겠어요” 줄줄이 떠나던 기업들… 지금은 ‘여기’로 모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