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67%를 기록하며 바닥을 쳤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뒤인 2026년 1분기, 같은 수치는 72%로 뒤집혔다. 업계에서는 이 반전이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닌, 인공지능(AI) 시대가 만들어낸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영업이익률 72%는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58%)를 단번에 14%포인트 뛰어넘은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405.5%에 달한다.
특히 이 수치는 반도체 업계에서 수익성의 기준으로 통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58.1%)를 약 14%포인트 앞지른 것이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연속으로 TSMC를 넘어선 것으로, 전 분기(4%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범용 D램 가격 90% 급등…HBM 외 ‘나머지’가 실적 끌었다
이번 실적 급등의 배경에는 두 가지 동력이 있다. 첫째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증가다. HBM은 전체 D램 출하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수익성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범용 D램이 이번 분기 실적을 더 강하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는 전 분기 대비 90% 이상 급등했다. DDR5, LPDDR5X, GDDR7 등 최신 규격부터 DDR4 같은 구형 제품까지, HBM을 제외한 전 제품군에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이달 초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률이 60~70%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만 54조…’순현금 35조’ 달성하며 재무 체력 전환
압도적인 이익은 재무 건전성 강화로 직결됐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4조9,000억원) 대비 19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2조9,000억원 줄어 1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을 웃도는 ‘순현금’ 규모가 35조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순현금이 12조7,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한 분기 만에 약 2.75배로 불어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확보한 재원을 용인 클러스터 확장과 청주 M15X 팹 램프업 등 중장기 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신청서도 제출한 상태로,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순현금 100조’ 목표…삼성 수준 재무 체력 향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며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약 100조원 수준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재무 체력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35조원에서 100조원까지는 약 3배의 도약이 필요한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공급 부족 국면이 구조적 수요에 기인한 것인지, 일시적 사이클인지가 향후 수익성의 지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전했다. 메모리 업계가 경험한 최악의 침체와 최고의 호황을 불과 3년 사이에 모두 겪은 만큼, 시장에서는 다음 사이클의 향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