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만 10조 원 걸었다”… SK 최태원, 반도체 넘어 노리는 ‘진짜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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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연쇄 회동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출처-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5명을 일주일 새 연쇄 회동했다. 단순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를 넘어 AI 생태계 통합 솔루션 제공사로 도약하려는 SK의 전략적 변화가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1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2월 3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순차적으로 만났다. 특히 황 CEO는 산타클라라의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으로 최 회장을 직접 초대해 비공식 미팅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SK그룹이 미국에 설립하는 AI 전담 투자 법인을 중심으로 약 10조 원 규모의 해외 AI 관련 투자 자산을 통합 관리하려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AI 경쟁력은 반도체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전력과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투자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AI 칩, 설계 단계부터 ‘맞손’

브로드컴/출처-연합뉴스

최 회장의 회동 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브로드컴과의 협력 구조 변화다. 6일 새너제이 브로드컴 본사에서 탄 CEO와 만난 최 회장은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와 메모리 통합 기술 관련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양측은 기존처럼 완성된 칩 설계에 메모리를 통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칩 설계 초기 단계부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브로드컴이 글로벌 빅테크에 맞춤형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솔루션을 제공하고,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통해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이는 HBM 공급사에서 AI 칩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SK의 전략을 보여준다.

HBM4 세대까지 장기 로드맵 확정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출처-SK하이닉스, 연합뉴스

10일 메타 저커버그 CEO와의 회동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됐다. 최 회장은 메타의 자체 AI 가속기 개발 프로젝트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 지원 계획을 공유하고, HBM4·HBM4E 이후 세대까지 양사 간 기술 방향성을 조기에 확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 기업용 SSD와 서버용 D램 협력을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11일 구글 피차이 CEO와의 회동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핵심 병목이 메모리 확보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단기간 증설이 어려운 만큼 장기 수급 안정화가 중요하다며, 제품 공급 및 투자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재무적 투자서 전략적 투자로 전환

SK하이닉스/출처-뉴스1

이번 연쇄 회동은 2024년부터 진행된 ‘AI 반도체 3각 동맹’ 전략의 구체화 단계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HBM이 TSMC의 GPU 패키징을 거쳐 엔비디아 AI 가속기로 완성되는 협력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5월 젠슨 황 CEO를 처음 만난 이후 지속적으로 AI 비전을 공유해왔다.

10일 시애틀에서 만난 나델라 MS CEO와는 HBM 협력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솔루션 사업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은 반도체를 넘어 AI 인프라·서비스 영역까지 MS와의 협력을 확장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SK가 그룹 산하 계열사별로 분산된 AI 관련 해외 투자 자산을 10조 원 규모로 집계해 한곳에 통합하고, 재무적 투자에서 기술 협력 및 사업 연계 중심의 전략적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단순 메모리 공급 기업에서 AI 생태계의 핵심 노드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적 재정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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