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3개월 앞(5월 9일)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전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매물은 매매로 쏠리는 반면 세입자들은 ‘전세 구하기 전쟁’에 내몰리며 주거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570건으로 지난해 말(2만3263건) 대비 11.6%(2693건) 감소했다. 월세 물건도 1만9072건으로 10.9%(2331건) 줄었다. 같은 기간 매매 물건은 6만416건으로 오히려 4.9%(2805건) 늘어나 임대차 시장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전세 매물은 15.6%(3799건)나 급감했다. 실거주 요건 강화로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임대 공급이 끊긴 것이다.
지역별 전세 매물 ‘쏠림 현상’ 심각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 매물이 늘어난 곳은 동작구(9.0%), 용산구(6.2%), 송파구(5.1%), 광진구(0.6%) 단 4곳뿐이다. 나머지 21개 자치구는 모두 감소했으며, 14개 자치구가 20~30%대 급감했다.
도봉구(-34.8%, 221건)와 동대문구(-34.0%, 454건)는 전세 매물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노원구(-29.8%)와 강북구(-26.8%)도 비슷한 상황이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구 전체에 전세가 없다”며 “도봉동, 창동까지 돌아봤다는 세입자도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구는 8.6%, 서초구는 10.8% 감소했다. 강동구 고덕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요새는 매매 물건은 많지만 전세 물건이 많이 줄었다”며 “사거나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월세 전환 가속화…초고가 월세 12.6% 급증
전세 공급 절벽은 월세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44.3%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월세지수는 131.2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노도강) 지역은 월세 상승률이 11.3%로 강남 3구(7.5%)를 웃돌았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작년 신규 계약 최고가로 월세 340만원을 기록했다.
고가 물건도 급증했다. 월세 1000만원 이상 초고가 거래는 2024년 182건에서 2025년 205건으로 12.6% 늘었다. 5년 전(2020년) 단 1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청담동 에테르노청담은 보증금 40억원에 월세 4000만원이라는 초고가 사례도 나왔다.
“규제 부작용, 결국 세입자 몫”…정책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와 세제 강화가 연쇄적으로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매물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며 “규제가 최종적으로 세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 전반의 흐름을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 “매물 출회가 증가하면 실거주층의 주택 구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임대인이 전세·월세보다 매매를 선택하면서 세입자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권은 고액 보증금에 월세 상승까지 겹치면서 주거비 부담이 대폭 늘었다”며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월세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