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구가 빚을 지는 가장 큰 이유가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이 아닌 ‘전월세 보증금 마련’으로 바뀌었다. 집값 급등으로 내 집 구입을 포기하고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부채 주된 이유’ 조사 결과,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39.4%로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통계 집계 시작 이래 줄곧 1위였던 거주 주택 마련(36.9%)을 작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번 역전은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서울 주거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30대, 10명 중 6명이 보증금 빚
세대별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20·30대는 60% 이상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내 집 마련 목적의 부채 비중은 20대 9.1%, 30대 17.4%에 불과했다.
이는 40대(34.3%)와 50대(51.9%)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에 내 집을 마련한 4050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급등한 부동산 가격 앞에서 구매를 포기하고 임차 시장에 정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세가 오르고 대출은 막히고
임대차 시장 환경도 악화 일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당 전세가격은 871만 원으로, 전년(838만 원) 대비 3.9% 올랐다. 보증금 마련 부담이 커진 만큼 부채 규모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은 더 심화되고 있다. 신규 전세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도 반전 없다…구조적 문제로 고착화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임차 수요는 줄지 않고, 전세가격 상승 압력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2030세대의 부채가 자산 형성이 아닌 거주 유지를 위한 ‘생존형 부채’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소비 위축과 저출산 심화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