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불과 닷새 만에 서울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800원 선을 돌파했다.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전국 주유소에는 승용차와 화물차 가릴 것 없이 주유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날보다 L당 47.3원 오른 1,835.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경유, 하루 새 84.8원 뛰어…사흘 누적 상승폭은 105.8원
상승 폭은 휘발유보다 경유 쪽이 더 가팔랐다. 서울 경유 평균 판매가는 이날 하루 만에 84.8원 급등한 1,792.2원을 기록했고,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06.7원으로 단 하루 만에 1,7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 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95.9원이었으나 사흘 만에 69.8원이 올랐고, 경유는 같은 기간 105.8원 급등했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돼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그러나 전쟁 확산 우려와 환율 변수가 겹치면서 시차 없이 선제적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도 급등…호르무즈 봉쇄 시 공급망 타격 불가피
국제유가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 대비 3.66달러(4.71%) 올랐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한국은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공급망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원유·석유 제품 비축량 208일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화 땐 성장률 0.3%p 하락…물가 악순환 우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소비자물가가 1.1%포인트 추가 상승하며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KB증권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소비자물가가 약 0.2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 경제가 부진을 겪었듯, 이번 사태의 장기화는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선제적 주유’ 심리가 수요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려 가격 상승 압력을 더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3일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3주가 사태 확산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은행이 오는 5월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