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이사 대신 재계약을 선택하는 임차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은 51.8%로, 처음으로 신규 계약을 앞질렀다.
올해 1~3월 전체 갱신계약 비중은 48.2%로, 지난해 연간 평균(41.2%)보다 7%포인트 높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갱신 비중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토허구역·대출 규제가 재계약 수요 밀어올려
갱신계약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이다. 지난해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자는 즉시 실거주 의무를 지게 됐고, 신규 전월세 물건 공급이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까지 겹쳤다. 전세 대출이 어려워진 임차인들은 새 집을 구하는 대신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오른 것도 이사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랑구 70%·강남 3구도 55% 넘어
3월 갱신계약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중랑구로 70.5%를 기록했다. 전월세 계약 10건 중 7건이 재계약인 셈이다. 영등포구(62.7%), 강동구(59.9%), 성북구(59.5%), 마포구(57.9%)가 뒤를 이었다.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구는 55.8%,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55.7%로 강남 3구 모두 갱신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갱신계약을 선호한다”며 “갱신권을 이미 소진한 임차인도 이사 대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갱신은 늘어도 갱신권 사용은 감소…월세 전환 가속
갱신계약이 늘었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평균 49.3%였던 갱신권 사용 비중은 올해 1~3월 42.8%로 낮아졌다. 특히 월세 계약의 갱신권 사용 비중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29.7%로 큰 폭 감소했다.
이는 월세 전환 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43.2%였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들어 47.9%로 올랐다. 신규 전월세 계약 중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7.5%에서 52.5%로 급증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의 월세 선호 심리가 커진 가운데,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보증금 부족분을 월세로 충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직방은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한 월세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역세권·학군지 등 선호 지역의 월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