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시장이 극명한 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고가 지역은 정부 규제 압박 속에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반면,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은 실수요에 힘입어 오히려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2일 발표한 3월 둘째 주(3월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강남3구는 일제히 하락폭을 확대했다. 송파구가 -0.17%로 낙폭이 가장 컸고, 강남구(-0.13%)와 서초구(-0.07%)도 약세를 이어갔다.
다주택자들의 매물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매매 물건은 이날 기준 1만 44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확인한 지난 1월 23일(7,585건) 대비 32.9% 급증했다.
한강벨트까지 번진 약세 전염
강남권의 하락세는 인접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는 양상이다. 강남3구와 함께 동남권으로 묶이는 강동구는 -0.01%를 기록하며 56주 만에 하락 전환했고, 동작구(0.00%)도 보합으로 돌아서며 하락 전환을 눈앞에 뒀다.
강북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마포구(0.07%)와 성동구(0.06%)는 오름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용산구(-0.03%) 역시 3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한강벨트권 전반에 걸친 냉각 흐름을 보여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고가 주택을 정조준하는 정책 방향이라 해당 지역의 민감도가 전과는 다르다”며 “이들 지역을 겨냥한 세제 방안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어 강남 집값이 단기간에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월 9일 데드라인…급매물 압력 고조
시장 냉각의 핵심 트리거는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 보유와 초고가 주택에 세금·금융·규제를 철저히 설계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유세 개편을 통해 초고가·비거주 1주택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5월 9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수 희망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급매물은 더 늘고 가격 하락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외곽 중저가 ‘나 홀로 상승’…관악구 올해 서울 1위
반면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은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성북구(0.27%), 중구(0.27%), 서대문구(0.26%), 강서구(0.25%) 등은 이번 주 상승폭을 일제히 키웠다. 특히 관악구는 지난해 상승률이 4.10%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이 3.09%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전세 가격 상승도 실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주 서울 전세 가격은 0.12% 올라 상승폭을 키웠으며, 광진구(0.25%)와 성북구(0.24%)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아니라 무주택자 중심의 ‘키 맞추기’ 국면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라며 “15억원 아래 가격대 지역은 대출 가능 금액이 더 크고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