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11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2026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92%로 집계됐다. 2025년 2월 54.04%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매매가 상승이 전세가를 압도하는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제한됐음에도 서울 상급지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는 11.26% 올랐지만, 전세가는 3.83% 상승에 그치면서 전세가율이 3.12%포인트(p) 하락했다.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이 56%로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은 25.4% 감소했고, 신규 전세 수요도 함께 위축됐다.
강남·송파·서초… 40%대 전세가율 시대 개막
전세가율 하락폭이 가장 컸던 자치구는 동작구로, 2025년 2월 55.66%에서 2026년 1월 49.02%로 6.64%p 떨어졌다. 이어 송파구(39.41%, -5.11%p), 서초구(41.55%, -5.09%p), 양천구(46.12%, -4.6%p), 강남구(37.65%, -4.48%p)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특히 송파구와 강남구는 2013년 4월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2025년 아파트값 상승률이 특히 높았던 곳이다.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으로 갭 투자가 차단됐지만, 초저금리 시절 누적된 수요와 상급지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매매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계약갱신요구권 제도 확산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5% 이내 인상률로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신규 전세 시장은 사실상 얼어붙었다.
계약갱신권이 만든 역설…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렵다”
성북구(-86.6%), 관악구(-72.7%), 강동구(-67.1%) 등 갭투자 선호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규제 강화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역설적으로 전세를 구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을 우려한 계약 갱신이 늘면서 전세 매물도 줄었지만, 전세를 새로 구해야 하는 수요자도 함께 줄었다”고 분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지난해 매매가가 급격히 오른 데 따른 부담으로 매매 수요가 임차 수요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며, 올해는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따라가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 세제 개편이 예고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50% vs 지방 70%… 양극화 속 ‘깡통전세’ 경고등
서울과 달리 지방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지방 6대 광역시의 전세가율은 2023년 10월 66.79%에서 2026년 1월 70.12%로 28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평균(50.92%)과 약 20%p 격차를 보이며, 지역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에서는 매매가격이 정체된 반면 전세값은 오르고 있다”며 “투자에 따른 자본이득이 작으니 아파트를 매수하려 하기보다 전세를 택하면서 전세가율이 올라간 형태”라고 설명했다. 2026년 1월 기준 경남 사천(84.28%), 전남 목포(81.57%), 전북 익산(81.0%), 충남 당진(80.19%) 등은 전세가율이 80%를 돌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