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구라면 어디서 장을 보는지가 지갑을 좌우한다. 같은 품목으로 같은 양의 상차림을 해도 유통채널에 따라 9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6일 발표한 설 제수용품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32만4천260원으로, 대형마트 평균 41만5천2원보다 21.9% 저렴했다. 금액으로는 9만742원이 차이 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에서 설 제수용품 28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체 품목 중 22개에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 우위를 보였다.
채소·수산물·육류 순으로 가격 격차
품목별로 보면 채소류의 가격 차이가 가장 컸다. 전통시장의 채소류는 대형마트보다 평균 50.9% 저렴했다. 이어 수산물이 34.8%, 육류가 25.0% 순으로 전통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일부 품목은 대형마트 가격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깐도라지는 전통시장이 70.4% 저렴해 대형마트 가격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고사리는 61.3%, 동태포는 51.2% 각각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이 24만5천788원으로 대형마트(32만원대)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백화점(48만770원)과 비교하면 격차는 20만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물가보다 ‘어디서 사느냐’가 변수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유통채널별 선택이 지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서 차례상 비용은 전년 대비 1.5% 올랐으나, 백화점(5.8% 상승)과 일반 슈퍼마켓(-2.0% 하락) 간 등락 폭 차이가 컸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13%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황태포·돼지고기·고사리가 10% 안팎 올랐다. 반면 배는 생산량 증가로 30.1% 하락했고, 식용유는 대형마트 할인행사 영향으로 20% 이상 떨어졌다.
“전통시장, 가계 부담 낮추는 선택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명절 장보기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고기와 생선류에서 채널별 가격 격차가 커, 돼지고기의 경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전통시장이 설 명절 장보기에 있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임을 보여준다”며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며 가계 부담도 덜고, 이웃 상인들과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명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측은 설 1주 전에 한 번 더 가격을 점검해 추가 발표할 예정이라며, 명절 장보기 전 가격 비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