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지역 차례상 장보기 비용이 전년 대비 4%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전국 평균이 오히려 0.3%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2월 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7인 가구 기준 34개 성수품을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23만3782원, 대형마트에서는 27만1228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4.3%, 4.8% 상승한 수치다. 반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23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4인 가족 기준 비용은 전통시장 18만5313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낮아졌다.
서울 vs 전국, 엇갈린 물가 시그널
같은 명절 장보기 비용이 지역에 따라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수급 불균형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서울 지역 조사는 6~7인 가구 기준 34개 품목을 대상으로 했고, aT 전국 조사는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집계했다는 조사 기준 차이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도시 유통 채널의 마진 구조와 물류비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지역 대형마트 구매 비용은 27만1228원으로 전통시장보다 3만7000원 이상 높았다. 이는 유통 단계가 복잡할수록 최종 소비자 가격에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채널별 7만 원 격차의 비밀
주목할 점은 구매 장소 선택에 따라 최대 7만 원 가까운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가락시장 내 종합 식자재 시장인 가락몰에서 구매할 경우 비용은 20만551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12.1%, 대형마트보다는 24.2% 낮았다.
가락몰은 축산물(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과 수산물(다시마·북어포)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보였다. 전통시장은 임산물(곶감·대추), 나물(고사리·깐도라지), 수산물(조기·동태) 부문에서 대형마트를 앞섰고, 대형마트는 과일(사과·배)과 가공식품(청주·식혜)의 가격이 더 낮았다. 품목별 특성에 맞춰 구매 채널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 가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AI·환율이 밥상 물가 좌우한다
설 성수기를 앞두고 과일과 채소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평시 대비 7.5배 많은 사과를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고, 채소는 생산량 증가와 양호한 작황으로 수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축산물과 수산물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사육·도축 물량이 감소하면서 닭고기와 계란 가격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산물 역시 환율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수입 원가가 오르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566억 원을 투입해 최대 40~50%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2월 10~14일 가락몰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최대 2만 원 온누리상품권을 환급하는 행사를 운영한다.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설 성수기 농수축산물 유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시민 체감형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