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전쟁의 조기 종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공급망 교란 우려가 빠르게 해소되자 반도체 업종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것이다.
1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21% 오른 18만7,800원에, SK하이닉스는 10.05% 급등한 92만원에 거래됐다. 간밤 미국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마무리됐다”며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뉴욕 반도체 지수도 급반등
트럼프 발언이 전해지자 간밤 뉴욕증시는 상승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93% 급등했으며,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이 상승 마감했다.
ASML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AMD, 램리서치, 인텔은 각각 5%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우려가 중동 정세 안정 기대감으로 대체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위험 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단기 이슈 너머…AI 메모리 수요가 진짜 엔진
시장에서는 이번 급등을 단순히 지정학적 이슈 해소만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상승 동력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을 지목한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선점했고, 2024년 2분기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 같은 해 3분기에는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률 40%라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증권가 목표주가 vs 현재 주가…간극에 주목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2월 11일 기준)는 SK하이닉스 119만2,042원, 삼성전자 21만6,417원으로, 현재 주가 수준과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20일 95만5,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조정 국면에 있다.
반도체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2026년 SK하이닉스의 예상 매출을 230조원(전년 대비 +137%), 영업이익을 170조원(+260%)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9세대 eSSD 양산 확대와 HBM4 본격 출하가 성장 동인으로 꼽히며, 매출 537조원·영업이익 200조원의 전망치가 제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AI 슈퍼사이클의 지속성이 반도체 주가의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