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신화’ 깨지나…삼성전자 총파업 48시간 전, 마지막 협상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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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 협상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 이틀 전인 5월 19일, 사실상 마지막 대화 창구인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에 돌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박수근 위원장은 이날 점심 휴게시간 “저녁에 조정안 제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5월 21일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었던 삼성전자는 사상 첫 대규모 총파업 국면을 맞게 된다.

17시간 마라톤도 결렬…’마지막 카드’ 꺼낸 중노위

이번 2차 사후조정은 5월 18일 시작해 19일 오전 10시 재개됐다. 당초 종료 예정 시각은 오후 7시지만, 논의가 길어지면 총파업 전날인 2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앞서 5월 11~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은 최장 17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결렬됐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 양측과 연쇄 면담을 갖고 재개를 중재하면서 2차 사후조정 테이블이 열렸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아직은 타결 가능성이 있으니 보고 하겠다”면서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조정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 양측이 수락하고 서명하면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협상은 결렬되고, 파업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 뉴스1

‘깜깜이 성과급’ 불신이 부른 갈등…영업이익 15%·상한 폐지가 핵심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화’ 여부와 산정 기준이다. 노조 측 교섭대표인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이날도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유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단호히 답했다.

구체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안이다. 기존의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요구로, 공시 자료로 누구나 확인 가능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관행으로 존재하는 ‘연봉 50%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이를 규정에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사측은 고정비 성격의 제도화에 부정적인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처럼 경기 사이클 변동이 극단적인 산업에서 성과급을 과도하게 고정화할 경우, 불황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부문별 성과급 분배율 협상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해, DS(반도체)·MX(모바일) 등 사업부 간 배분 비율도 주요 변수임이 확인됐다.

긴급조정권까지 거론…노동 3권 논쟁으로 번지나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한국 명목 GDP의 10% 이상에 달하고, KOSPI 시가총액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장기 파업은 국가 경제 리스크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긴급조정권이 철도·항공 등 공익사업 파업에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 온 수단인데, 이를 민간 제조업의 임금 분쟁에 적용할 경우 ILO 기준과 헌법상 단체행동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파업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이 대체 공급선을 탐색할 유인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후조정이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을 높이면서도 경기 사이클에 유연한 보상 구조를 설계하는 ‘절충안’을 도출하느냐의 여부가,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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