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임원 1,051명이 지난 1월 말 1,752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았다. 그런데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주가가 3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했고, 1년간 주식을 팔 수도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임원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약속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올해 초 자사주 115만여 주로 지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임원 직급에 따라 성과급의 50%에서 100%를 자사주로 받도록 의무화했다.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약정 당시 5만원대였던 주가가 AI 반도체 기대감으로 16만원을 돌파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0일 기준 주당 15만 2,100원으로 자사주를 지급했고, 임원들은 이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수령 시점 과세의 역설… “주식 가치의 절반이 세금”
문제의 핵심은 세법상 과세 시점이다. 자사주 성과급은 약정 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주식이 개인 계좌에 입고되는 날의 시가를 근로소득으로 본다. 약정 당시보다 주가가 3배 오르면서 임원들이 내야 할 소득세도 3배로 불어난 셈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대부분 근로소득 누진세율 최상위 구간인 35~45%에 해당한다. 여기에 소득세의 10%인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실제 세율은 45~55% 수준까지 올라간다. 주식 가치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고액 연봉자가 자사주 형태로 성과급을 받을 경우, 주가 급등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주가 변동성이 큰 기업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
1년 보호예수의 딜레마… “세금만 내고 손실 떠안을 수도”
임원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임경영 원칙에 따라 1년간 보호예수 규정이 적용돼 자사주를 즉시 매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세금을 먼저 납부한 뒤, 1년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급감한다.
극단적인 경우 주가 고점 기준으로 낸 세금이 나중에 팔 수 있는 주식 가치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15만원 기준으로 세금을 냈는데 1년 뒤 주가가 1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세금으로 낸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 설계 당시 주가가 이렇게 급등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임원들에게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1년 만에 제도 폐지… “형평성 맞춤” vs “명분 약화”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임원 자사주 의무 수령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임원들도 일반 직원처럼 0~50% 범위에서 자사주 수령 비중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액 현금 수령도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상무 50%, 부사장 70%, 사장 80%, 등기임원 100%를 의무적으로 자사주로 받아야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과 직원 간 기준을 동일하게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직원 OPI를 현금·주식 선택제로 변경한 것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제도 도입 1년 만에 방향을 바꾸면서 당초 강조했던 ‘책임경영’ 명분이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 연동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는 세금 문제와 유동성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 주가 변동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