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구조조정의 공습 속
비용 줄이고 집중하는 생존 전략

“이젠 쓸데없는 건 다 버려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끝나지 않는 불황에 지친 면세업계가 결국 과감한 선택을 시작했다. 그동안 외형 확대에 몰두했던 면세업체들이 하나둘 ‘층 축소’와 ‘집중 전략’이라는 생존 카드로 돌아서고 있다.
25일 호텔신라를 시작으로 면세업계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숨 가쁜 체질 개선 움직임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칼바람…희망퇴직까지 가동

호텔신라는 1분기 면세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6.9% 늘어난 827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 규모 역시 직전 분기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손실 50억 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대대적인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28일부터 만 40세 이상, 혹은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즉시 퇴직자에게는 1.5배 연봉을 지급하고, 18개월 유급 휴직 후 퇴직을 선택할 수도 있게 했다.

이로써 롯데, 신세계, HDC신라에 이어 현대면세점까지, 국내 주요 면세 5개 업체 모두가 희망퇴직을 단행하게 됐다.
인력 구조조정만이 아니다. 매장 공간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철수를 공식화했다. 오는 8월 문을 닫는 이 점포는 현재 시내점 적자 500억 원 중 절반인 250억 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무역센터점은 기존 3개 층(810층) 운영을 2개 층(89층)으로 축소하고, 8층은 명품 매장, 9층은 화장품 중심으로 개편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직은 적자…그러나 분위기는 달라졌다

비록 1분기 실적은 아직 적자지만, 시장은 하반기를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1분기에는 100억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3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면세점도 동대문점 철수 효과를 통해 전체 면세 적자 대부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운영 매장을 명품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공항점 전략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면세업계는 지금,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남길지 냉정하게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털어내고, 수익성 높은 핵심에 집중하는 전략이 없이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1분기 실적은 힘겨웠지만, 2분기 이후 면세업계가 체질 개선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면세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결단력 있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