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수출 효자’ 석유화학에
청사진 그리며 살리기 나선 정부
“공장을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전남 여수의 한 석유화학 공장에서 근무 중인 A 씨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한때 ‘수출 효자’로 불리던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동률은 80% 밑으로 떨어지고, 주요 기업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제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업계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구조 조정 작업에 나섰다.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면서도 대규모 정책 금융과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업계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발적 구조조정과 특별 지원책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설비 폐쇄, 매각,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M&A) 등을 촉진한다.
기존의 규제를 유예하거나 간소화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예컨대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 규제는 유예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했다.
또한, 정부는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마련해 재편 과정에서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자금은 설비투자나 R&D,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전남 여수 등 석유화학 밀집 지역은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지역에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출 만기 연장, 신규 투자 유치 등 다각적인 대책이 제공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5~2030 R&D 로드맵’을 수립해 첨단 소재 개발을 지원한다.
업계는 정부의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책이 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석유화학업계의 새로운 체질 개선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위기가 끝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대책이 업계를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경제에 맡겨야지, 정부가 개입하면 일을 더 망친다. 그동안 활황기에는 연봉과 성과 잔치를 벌였다. 그럼 불황기에는 사주와 근로자가 허리띠 졸라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