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해외로?”…3년간 빠져나간 돈이 ‘무려’

14조 원에 달하는 재보험료 해외 유출
국내 보험사들 3년간 2조 7천억 원 손해
전문가들 “복수 재보험사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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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국내 보험업계에 불어닥친 거대한 자금 유출 현상이 심각한 국부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재보험료가 무려 1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보험이란? 보험회사도 가입하는 보험

재보험은 쉽게 말해 ‘보험회사의 보험’이다. 우리가 집이나 차에 보험을 들듯, 보험회사들도 큰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해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또 다른 보험에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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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이것이 바로 재보험이다. 예를 들어 대형 태풍으로 전국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엄청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보험사는 미리 일부 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고 보험료(재보험료)를 지불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해외 재보험사에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받는 보험금은 그보다 훨씬 적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사, 3년간 2조 7천억 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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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 손해보험사들의 해외 재보험 거래에서 누적된 적자 규모는 3년간 2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이 해외 재보험에 가입하고 낸 보험료(출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3조 1천41억 원, 2023년 3조 1천352억 원, 2024년 3조 3천705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3년 누적으로는 9조 6천99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해외 재보험사에 가입하고 낸 재재보험료 3조 9천117억 원을 더하면, 해외로 유출된 재보험료 규모는 총 13조 5천21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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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특히 손보사들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재보험료는 2020년 2조 1천146억 원에 비해 4년 만에 약 60%나 급증했다.

손보사들의 국외 재보험 거래 수지차는 2021년 5천289억 원, 2022년 8천157억 원, 2023년 1조3천447억 원으로 3년간 2조 6천893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손보사가 해외 재보험에 가입한 경우의 손익을 보여주는 해외출재수지 또한 2021년 1조 1천455억 원, 2022년 1조 8천224억 원, 2023년 2조 9천679억 원 등 3년간 6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담보력 취약한 국내 재보험시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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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해외 재보험거래에서 높은 수준의 수지 역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국내 재보험시장의 담보력 취약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계가 아닌 전업재보험사는 코리안리가 유일하다.

코리안리는 1963년 ‘대한재보험’이란 국영 재보험사로 출범해 1978년 민영화됐지만, 1997년까지 국내 우선출재제도가 유지돼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2000년대에는 제2재보험 설립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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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재무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에서도 코리안리는 외국 경쟁사들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다.

코리안리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183.2%까지 내려갔다가 작년 4분기 신종증권발행으로 191.7%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국내 지점을 둔 뮤닉리(319.14%), 스위스리(263.71%)에 비하면 크게 낮은 상태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재무 건전성 평가지표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금융당국의 보험사 자본규제 감독기준은 150%이며, 100% 아래로 내려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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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결국 국민이 낸 보험료, 피해는 소비자에게

재보험료의 해외 유출은 단순한 보험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이슈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 지급하는 재보험료가 증가하면,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 반영된다.

또한 재보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보험사들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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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이는 국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성장 여력을 약화시키고, 투자 및 일자리 창출 기회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재보험 의존도가 높아지면, 글로벌 재보험사의 정책 변화나 시장 환경 변화에 국내 보험시장이 취약해진다.

대형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신속하게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코리안리의 국내 재보험시장 점유율은 2022년 68.9%에서 2023년 59.9%, 2024년 56.5%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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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이는 외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코리안리가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코리안리 측은 “자본량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수익성 중심 정책에 따라 실적이 미진한 국내시장의 장기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등의 수재를 축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내 재보험시장 한계를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포트폴리오 분산을 하고 있어서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해외 재보험 거래 수지 적자는 오래된 문제로 그동안 여러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독과점 시장이다 보니 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가격을 좀 더 합리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복수의 우리나라 전업재보험사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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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재보험료 / 출처: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의 일반보험 최소보유 한도를 높이고, 국내 재보험사 육성 및 언더라이팅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재보험사의 자본력·기술력 강화와 해외 수재(해외 위험을 국내에서 인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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