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범죄자 엘살바도르 교도소 이송 검토 착수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 논란 속 범죄율은 놀라운 감소세
엘살바도르 정부 “미국에 교도소 시스템 아웃소싱 제안”

“우리에게 그렇게 할 법적 권한이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발언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최악의 인권 침해 논란으로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미국 범죄자들을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날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첫 해외 순방으로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공포의 ‘세코트’, 그 속에 가려진 진실
엘살바도르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는 그 존재만으로도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약 50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들어선 이 시설은 최대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다.
11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이 둘러싸고 있고, 전기 울타리와 19개의 감시 망루가 24시간 수감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곳의 수감 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감자들은 속옷 차림으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빼곡하게 수용되어 있으며, 하루 중 외부 활동이 허용되는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하다.
한 감방에는 80명 이상의 수감자가 갇혀 있는 경우도 있으며, 850명이 넘는 군·경 인력이 교대로 근무하며 수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이 가져온 극적인 변화
이러한 감옥이 탄생한 배경은 과거 엘살바도르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기록했으며, 특히 살인 범죄율이 매우 높았던 심각한 문제에서 기인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취임 후 초강경 범죄 소탕 작전 펼쳤고 이러한 정책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손꼽혔던 엘살바도르의 살인 사건 발생률은 2015년 10만 명당 105.2건에서 2023년 2.4건으로 급감했다.
이는 캐나다를 제외한 미주 대륙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구스타보 비야토로 법무부 장관은 “이는 지난 30년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변화”라며 부켈레 정부의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통계상의 수치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 거리에서는 실제로 주민들이 야간에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으며, 과거 갱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지역들이 하나둘씩 안전지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부켈레 대통령의 초강경 범죄 소탕 작전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2년 3월부터 2년 동안 이 교도소에서만 미성년자 4명을 포함해 265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연합시민연맹의 로만 팔로마레스 의장은 “범죄자가 아닌 이민자들까지 가축처럼 취급하며 강제 이송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엘살바도르의 정책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주변 중미 국가들도 이를 모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등 주변국들은 엘살바도르의 범죄 소탕 정책을 자국에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켈레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에 감옥 시스템의 일부를 아웃소싱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우리는 상당한 액수를 받아 전체 교도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범죄자 수용을 넘어 교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범죄율 감소라는 성과 이면에는 무고한 시민들의 체포와 구금, 그리고 의문의 죽음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강경책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미국 내에서도 큰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