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정부가 칼 빼들었다”… 부활한 기름값 상한제, 진짜 싸지는 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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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출처-뉴스1

국내에서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전격 시행됐다. 이란 사태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한시적 가격 통제라는 이례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시행 첫날인 3월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오전 2시 기준 L당 1,893.3원으로 전날보다 5.5원 내렸고, 경유는 1,911.1원으로 7.9원 하락하며 사흘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다만 현장의 온도는 기대와 엇갈렸다. 주유소 판매가가 즉각 내리지 않으면서 정책의 실질적 체감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휘발유 공급가 1,724원 / 연합뉴스

공급가 상한, 주유소 판매가엔 ‘직접 적용 안 돼’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만 적용된다. 정부가 설정한 상한선은 휘발유(보통) L당 1,724원, 경유(자동차용) 1,713원, 등유(실내) 1,320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판매가는 지역별 차이와 경영 전략 등을 이유로 일률 규제가 어렵다고 판단, 정유사 공급가 기준으로 상한을 설정했다. 기존 정유사들의 제시 수준이 휘발유 세후 공급가 1,830원, 경유 1,93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공급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손실분은 정부 재원에서 사후정산 방식으로 보전된다.

조정 주기는 2주 단위로, 다음 조정은 3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 전면 시행…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 – 뉴스1 / 뉴스1

‘만땅 주유’ 반겼지만…재고 탓에 주유소는 ‘울며 겨자 먹기’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민은 “하루 만에 기름값이 200원이나 내려가 만땅으로 채웠다”고 반겼고, 대전의 직장인 나모(33) 씨는 “고속도로 주유소 휘발유가 1,800원대에서 1,700원대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반면 일선 주유소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울산의 한 주유소 업주는 “앞서 높은 가격에 받아놓은 기름으로 장사해야 하는 처지라 당장 가격을 조정하기 어렵다”며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즉시 인하하면 자영 주유소도 재고 손실을 감수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3~4일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번기 앞두고 농민·도서 지역은 ‘아직 안심 못 해’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과 도서 지역은 안도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송규섭(55) 씨는 “어제만 해도 경유가 2,000원이 넘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농기계를 한창 돌려야 할 시기인데 전쟁이 끝날 기미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동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1,400원 하던 경윳값이 2,000원 가까이 올랐는데, 최고가격제를 해도 농가의 어려움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농번기에 경유 소비가 급증해 치명타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유소 3곳은 해상 운송에 꼬박 이틀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로 여전히 휘발유·경유·등유 모두 L당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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