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못 버텨” 줄줄이 문 닫던 ‘이 산업’ 반전 노린다

정유업계 설비 축소가 반전 신호로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의 그늘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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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와 석유화학 / 출처 : 뉴스1

“문 닫는 곳만 늘더니, 이게 기회가 될 줄이야.” “석유화학은 계속 증설 중이라던데, 상황이 뒤집혔네.”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제설비는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반면, 석유화학 공장은 증설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줄이는 쪽은 회복 조짐이 보이고, 늘리는 쪽은 위기의 신호가 커지고 있다.

정유 설비는 줄고,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 늪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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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와 석유화학 / 출처 : 연합뉴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정유시설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셸, 프랑스의 페트로이네오스, 미국의 필립스66과 발레로 등 주요 업체들이 하루 수십만 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을 줄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영기업 페트로차이나는 이달 말까지 다롄 정유공장을 폐쇄하기로 했고, 수익성 악화로 ‘티포트’로 불리는 민간 정유사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정유설비를 축소하는 배경에는 석유 수요 감소와 탄소중립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전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휘발유, 경유 등 전통 연료 수요는 줄었고, 탄소 배출 부담은 커졌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모두 큰 폭의 증설이 예상되며, 이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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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와 석유화학 / 출처 : 뉴스1

중국은 폴리프로필렌의 경우만 해도 기존보다 44%나 많은 설비 확대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생산 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 168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인 25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산업의 반전, 전략이 갈린다

이런 극적인 분위기 반전에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뚜렷하게 엇갈린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소폭 상승하면서 숨통을 틔우고 있으며, 동시에 바이오 연료나 친환경 제품 등 신사업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SK에너지는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대량 생산할 체계를 구축했고, GS칼텍스는 탄소 포집과 수소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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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와 석유화학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눈앞의 과잉 공급이라는 현실과 마주한 상태다. 새로운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스프레드 압박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제설비를 줄이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 정유업계와 달리, 석유화학업계는 증설이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설비 축소를 통해 공급 과잉을 조절하며 회복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석유화학업계는 증설 기조 속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각 업계가 처한 현실과 대응 방식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 실적 향방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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