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도 안심 못 해”… 반도체 공장까지 덮친 ‘전기요금 재인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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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 제기
인천 시내 주택가 전기계량기/출처-뉴스1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돌파한 9일, 산업계는 더 큰 충격에 직면했다. 최근 1주일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30달러 급등하면서 항공·석유화학·해운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특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원유의존도(GDP 1만달러당 5.63배럴)를 보이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5일 이란혁명수비대의 미국 유조선 공격 이후 WTI 유가는 배럴당 81.01달러까지 치솟았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100~15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의 70%가 중동산인 한국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폐쇄가 공급망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연 1조4천억 ‘블랙홀’… LCC는 더 심각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출처-연합뉴스

항공업계는 유류비 비중이 영업비용의 25~35%를 차지해 고유가에 가장 취약한 업종이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4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1주일간 유가가 30달러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연간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소모량의 최대 50%에 대해 유가 헤지를 실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약 30%에 대해 헤지 계약을 맺고 있지만, 급격한 유가 상승 앞에서는 헤지 효과가 제한적이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인상을 검토 중이나, 이 경우 올해 2분기 여객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대형항공사와 달리, 여객 의존도가 높고 유류비 비중이 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타격은 더 클 전망이다. 진에어는 2025년 영업이익률이 -1.39%로 전년 대비 12.55%포인트 감소했고, 에어부산은 -0.54%로 15.07%포인트 하락했다. 티웨이항공은 2024년 2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석유화학, 한 달 뒤 ‘공장 멈춘다’… 연쇄 셧다운 우려

석유 펌프/ㅊ루처-연합뉴스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폭등에 수급 부족이 겹쳐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여천NCC에 이어 연쇄 공급 불가항력 선언은 물론 생산 설비 셧다운(가동 중단)까지 우려된다. 국내 공급 납사의 절반이 수입산이고, 수입산의 절반가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 경로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공급망이 끊긴 상태다.

지난해부터 구조재편 중인 석화업계는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던 중으로, 비축한 납사 재고량도 적어 이번 사태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공장을 돌려도 적자, 안 돌려도 적자인 상황”이라며 “안정적으로 공정이 돌아가려면 최소한 가동률이 60~70%는 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원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공장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보유하고 있는 재고로 석화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비축분이 떨어지는 한 달 뒤에는 줄줄이 공급 불가항력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원재료인 유가가 오르면 제품값을 올려야 하지만, 전쟁 불안 심리로 글로벌 수요 침체가 더욱 심화하고 있어 제품가 상승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자동차까지 도미노… “전기요금 재인상 우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시설/출처-삼성전자

정유와 해운업계도 단기적 마진 개선 효과보다 중장기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도입 가격과 해상 운임, 보험료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유가 급등 시 커지는 경향이 있으나, 유가 급등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오히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역시 유류비 비중이 원가의 30~40%를 차지할 정도여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류할증료(BAF)를 통해 화주에게 비용을 일부 전가할 수 있지만, 유가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로 이어져 전체 수출입 물동량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해운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계의 비용 증가와 업황 악화도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다. 최근 국제유가 안정세로 요금 인하 요구가 커졌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요금 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디스플레이 등 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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