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77%가 수도권에 몰려
지방은 일자리·임금도 큰 격차 보여
지역 균형 발전 위한 새로운 전략 필요

“서울로 가야 할까요, 지방에 남아야 할까요?” 전남 순천에서 취업 준비 중인 김 모(27) 씨는 매일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지역 기업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그는 친구들이 하나둘 수도권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지방에 남아 계속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는 그에게 최근 통계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대기업 본사의 위치가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대기업 본사
2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무려 77%가 서울과 인천·경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만 284곳(56.8%)이 밀집해 있어 국내 경제력의 수도권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종시와 강원도는 각각 1개 기업만 본사를 두고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수도권에는 현대차, 기아, LG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충북(4곳), 제주(3곳), 전북(2곳) 등 지방은 500대 기업 본사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일자리와 임금의 지역 격차
기업 본사의 수도권 쏠림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새롭게 생긴 일자리 331만 개 중 46.8%인 150만 개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취업자 수 증가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도권 도시였으며, 특히 대기업 생산기지가 있는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
청년 취업자도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2023년 경기 안산시(17.4%)와 충남 천안시(16.6%)가 청년 취업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역 간 임금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2013년 임금 상위 20곳 중 8곳이 비수도권이었으나 2023년에는 6곳으로 감소했다. 특히 상위 10위권에는 세종시를 제외하면 비수도권 지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균형 발전을 위한 과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과 인재의 균형 있는 분포가 필요하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 본사가 소재한 지자체는 조세 수입,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가 막대하다”며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방소멸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산업단지를 만들거나 기업을 유치하면 자동으로 일자리가 생겼지만, 이제는 젊은 인재가 모인 매력적인 지역으로 기업과 일자리가 쫓아가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역 발전 전략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국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인재가 머물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고, 교통망과 산업클러스터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