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소비재 사재기, 포장재 가격 인상, 농산물 물가 상승 우려로 확산하며 산업 전반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국내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이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77%에 달한다.
공급망 차단 우려가 커지자 소비자들은 종량제봉투를 미리 확보하고, 제조업체는 가격 인상에 나섰으며, 농업 현장에서는 6월 이후 비료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종량제봉투 사재기 열풍…마트·편의점 구매 제한 돌입
종량제봉투 품절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사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2~29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봉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고, 롯데마트는 23~28일 판매량이 140% 늘었다. GS25 편의점에서는 22~26일 사이 종량제봉투 판매량이 전주 대비 325%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80여 개 점포와 롯데마트 10여 개 점포가 구매 수량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도 지난 24일 각 점포에 1인당 1묶음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지퍼백(81%)·비닐백(93%)·음식물쓰레기봉투(131%) 등 관련 제품군의 판매량도 동반 급증했다.
포장재 업계 최대 30% 인상…플라스틱 산업 ‘가동률 70%’ 경고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플라스틱 포장재 업계는 원가 상승과 원료 수급 불안이 겹치며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 포장용기 제조업체는 이달 말 1차로 8~15% 인상하되 일부 제품은 30%까지 올릴 예정이며, 이후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플라스틱업계는 현재 가동률이 70% 수준이며 다음 달에는 더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약 2만 개, 종사자는 24만 명에 달하며 이들 중 90%가 20인 이하 영세 사업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중동 나프타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대기업에 비해 원자재 수급 위기와 비용 충격이 집중되는 구조다.
외식업·농업까지 파장…6월 이후 비료 공급 차질 가능성
외식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회용 컵, 비닐 쇼핑백, 알루미늄 용기 등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기반 석유화학 제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제너시스BBQ그룹은 최근 가맹점주 회의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포장재와 물류비 전반의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공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원가 상승분을 일부 흡수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가맹점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농업 부문의 우려도 심각하다. 국내 비료용 요소의 중동 의존도는 43.7%이며,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38.4%에 이른다. 대체 수입선인 동남아산 요소 가격은 전쟁 이전의 1.5배인 톤당 750달러까지 치솟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완제품 재고는 4월까지, 확보한 원자재로는 6월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국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농업용 기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농업경영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중동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지원책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