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보다 무섭다’…헬륨·브롬, 중동 리스크의 진짜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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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브롬 등 안정적 공급망 확보 필요
호르무즈 해협 (CG) /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원유가 문제라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반도체 냉각재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서, 반도체 식각 공정 필수 소재인 브롬의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하는 한국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에너지보다 ‘중간재 공급 차질’이 더 위험하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3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중동 의존도, 대체 가능성, 국내 산업 영향도, 공정 중단 위험도를 기준으로 8대 핵심 영향 품목을 도출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카타르 헬륨 산단 멈추자…반도체 ‘직격탄’

중동 지정학 리스크의 국내 공급망 영향 / 한국무역협회, 연합뉴스

헬륨은 영하 269℃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운송이 가능한 고도의 특수 소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냉각재로 필수적으로 쓰이며, 높은 열전도율 때문에 질소·아르곤 등으로의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의 최대 헬륨 생산단지가 가동을 멈추면서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생산국으로, 한국의 카타르 헬륨 수입 비중은 2025년 기준 64.7%에 달한다. 글로벌 생산국이 미국·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해 수입처 다변화도 쉽지 않은 구조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헬륨 재사용 시스템’을 일부 생산라인에 적용해 단기 대응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마저도 역부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헬륨 가격은 폭등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브롬 97.5% 이스라엘 의존…’이중 병목’ 구조

브롬의 상황은 더욱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한국은 브롬 수입의 97.5%를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으며, 브롬화수소의 주요 수입처인 일본 역시 이스라엘산 브롬을 중간재로 가공해 재수출하는 구조다. 사실상 이스라엘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우회로가 없는 셈이다.

글로벌 브롬 생산 비중은 이스라엘이 46.5%로 압도적 1위이며, 요르단(25.6%)·중국(20.9%)이 뒤를 잇는다. 브롬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소재로, 일부 산업에서는 염소·요오드로 대체할 수 있지만 반도체 공정에서는 활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장기계약보다 실물 확보로 전환해야”

무협, 중동 걸프만 6개국과 미래 유망분야 협력 논의 / 뉴스1

암모니아의 경우 인도네시아(43.6%)가 최대 수입국이고, 남해화학·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생산기업도 존재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게 평가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의존도(38.6%)가 여전히 높아 중동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협회 진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중동발 충격은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결합한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단순 다변화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불가항력적 상황에서는 계약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형 조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유가·공급망 단절 시에도 생산이 유지되는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핵심 공정은 회수·재사용 등 자립형 공정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자립 관련 기술은 국가 안보 필수 기술로 지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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