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줄고 투자 위축된 극장가
2, 3위 극장 체인 합병으로 돌파구
콘텐츠 다양성과 산업 회복 기대감도

영화관 두 곳이 손을 맞잡았다. 흥행작 부재에 따른 관객 이탈, 제작 투자 위축, 극장 운영 적자라는 삼중고에 빠진 국내 영화산업에 구조조정 수준의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8일, 양사의 극장 및 영화 사업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 2, 3위 사업자 간 합병으로, 수익성 제고와 콘텐츠 투자 생태계 재건이라는 목표를 안고 있다.
합병 배경은 ‘시장 고사 직전’ 위기감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매출은 1조 1945억 원으로 전년보다 5.3% 줄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매출(1조 8282억 원)과 비교하면 아직 65% 수준에 그친다.
관객 수 역시 2019년 2억 2600만 명에서 2024년 1억 2300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반면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의 유료 이용률은 60%에 육박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공동의 투자 역량을 키워야 시장 생존이 가능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특히 메가박스는 올해 1분기에만 1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편 국내 극장 산업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해 온 CJ CGV는 올해 1분기에도 연결 기준으로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흥행작이 터지며, 각각 189억 원과 12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 극장가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에서도 해외 수익으로 균형을 유지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CJ CGV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콘텐츠 투자, 스페셜 상영관, 고객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CJ CGV에 집중된 시장을 양분할 ‘제2의 축’이 생기는 셈이다.
관객의 발길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업계 한 관계자는 “CGV가 독주해 온 상황에서 이번 합병은 관객에게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콘텐츠 배급과 상영 편성 구조에도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OTT 환경에서 익숙해진 관객의 취향을 다시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 근본적인 콘텐츠 전략과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합병이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영화산업 전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양사의 실행 전략과 콘텐츠 역량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