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기록 갈아치웠다…3월 외화예금 153억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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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외화예금 역대 최대폭 감소
연합뉴스

달러를 쌓아두던 기업들이 지난달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외화를 시장에 내놓았다. 법인세 납부 시즌과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외화예금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21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월 말 대비 153억 7,000만 달러 줄어든 수치로, 종전 역대 최대 감소폭이었던 2023년 2월의 117억 3,000만 달러를 단숨에 경신했다.

달러·유로·엔화 ‘3중 동반 감소’

통화별로 살펴보면, 달러화예금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2월 말 960억 달러였던 달러화예금 잔액은 3월 말 856억 4,000만 달러로 한 달 새 103억 6,000만 달러 급감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유로화예금(63억 1,000만 달러)과 엔화예금(78억 2,000만 달러)도 각각 32억 8,000만 달러, 14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3대 통화 외화예금이 동시에 줄어들며 전방위적인 외화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인세 시즌 + 환율 급등…기업 ‘이중 압박’에 달러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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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의 진원지는 기업 부문이다. 기업예금은 3월 한 달간 134억 3,000만 달러 빠져나가며 전체 감소분의 87%를 차지했다. 개인예금도 19억 3,000만 달러 줄었다.

한국은행은 감소 배경으로 두 가지 핵심 요인을 지목했다. 첫째는 3월 말 법인세 납부 시기가 겹치며 기업들의 원화 자금 수요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둘째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전 규모 확대다. 이란 전쟁 여파 등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1,439.7원에서 3월 말 1,530.1원으로 90원 이상 치솟았다.

환율이 오를수록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받는 금액이 커지는 구조상, 환율 상승 국면에서 기업들의 환전 인센티브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환전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유로·엔화에는 ‘해외 송금’이 변수로 작용

유로화예금 감소는 다른 맥락에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해외 모기업으로의 정산대금 송금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본사로 자금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유로화 예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예금 감소는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감소와 경상대금 지급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해외 투자 집행 요인도 감소 배경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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