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손가락 몇 번만 터치하면 로또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2002년 로또 도입 이후 23년 만에 모바일 구매가 허용되면서, 그간 복권판매점이나 PC로만 가능했던 구매 방식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는 오는 9일부터 동행복권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로또복권 판매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로또 판매액은 2015년 3조원대, 2020년 4조원대에서 지난해 6조2,881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구매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22년 만에 복권수익금 배분제도를 전면 개편해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평일만 구매 가능, 1인당 5천원 한도
모바일 로또는 월요일 오전 6시부터 금요일 밤 12시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동행복권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수동·자동·반자동 방식으로 구입 가능하다. 1인당 회차별 구매 한도는 PC와 모바일을 합쳐 5천원으로 제한된다.
토요일에 모바일 판매를 막은 이유는 명확하다. 복권위 관계자는 “로또 추첨일인 토요일에 매출의 40%가 발생한다”며 “기존 오프라인 판매점 매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평일로만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온라인(PC+모바일) 판매액은 전년도 로또 판매액의 5% 이내로 제한되며, 주간 판매한도를 초과하면 모바일과 PC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
기획처는 “기존 PC 판매에서도 동일한 한도가 적용됐으나 PC 접근성이 낮은 이유로 실제 한도는 약 2.8%만 소진됐다”고 밝혔다. 2025년 로또 판매액 기준으로 계산하면 온라인 판매 한도는 약 3,100억원 규모다.
“사행성 우려” vs “실명제로 관리”
모바일 판매 허용으로 사행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과몰입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권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는 100% 실명 등록을 하고 있다”며 “특정인의 과몰입이 나타나면 경고, 교육 등 단계적 조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행성 문제는 해결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오프라인 한도(10만원) 대비 온라인 구매 한도가 낮아 사행성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첨금 200만원 이하는 예치금 계정으로 자동 지급되며, 초과 금액은 농협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복권위는 상반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구매 한도, 판매점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하고, 하반기 중 본격적인 모바일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권수익금 배분, 22년 만에 유연화
정부는 이번 기회에 복권수익금 법정 배분제도도 전면 손질한다. 2004년 복권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이 제도는 복권수익금의 35%를 10개 기관에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구조였다. 기존 복권 발행기관들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22년 동안 고정된 배분 비율로 운영되면서 현재 재정 수요와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편안의 핵심은 고정된 법정 배분 비율 35%를 ‘35% 이내’로 완화하는 것이다. 성과평가에 따른 배분액 조정 폭도 현행 20%에서 40%로 확대된다. 기획처는 “잔여 재원은 취약계층 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행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전체 사업의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정 배분제도의 일몰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이번 제도 개편이 복권 구매 편의성 제고를 통해 일상 속 손쉬운 나눔과 기부라는 복권문화 재정립 및 약자 복지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권위원회 의결을 거친 복권법 개정안은 정부 입법절차를 거쳐 상반기 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