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수요 둔화의 그늘이 예상보다 길고 짙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시장이 예상했던 손실 규모(1,593억원)마저 30.4% 웃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3,747억원)와 비교하면 낙폭은 155.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도 6조7,227억원에서 6조5,550억원으로 2.5% 줄었다.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를 통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AMPC 58% 급감…회계 변경까지 겹쳐 ‘이중고’
이번 실적 악화의 핵심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의 급격한 축소가 있다. 올해 1분기 AMPC는 1,898억원으로, 작년 1분기(4,577억원)보다 58.5%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1·2공장이 북미 전기차 판매 둔화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생산량 자체가 줄면서 AMPC 산정 기반이 무너진 셈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바뀐 회계처리 방식도 수치를 더 끌어내렸다. 회사는 고객사와 공유하는 AMPC 금액을 영업이익에서 제외하고 기타수익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이를 제외한 1분기 영업손실은 3,975억원으로, 공표 수치보다 실질적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ESS 5개 거점 구축…60GWh 목표 제시
회사가 꺼내든 반전 카드는 ESS 사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 5개의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일부 공장은 이미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배터리 생산 역량을 6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동명 CEO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ESS와 신사업 비중을 현재 약 20%에서 향후 40% 중반까지 확대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확충으로 ESS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 “하반기 개선 방향성은 유효”…리스크는 여전
증권가도 ESS 성장에 무게를 싣는다. 신한투자증권 이진명 연구원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하고, AMPC는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이익 기여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시장 가동률 회복과 원통형 배터리 출하량 증가도 하반기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리스크도 상존한다. 북미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CATL·BYD 등 중국 업체들의 ESS 저가 공세와 국내 경쟁사들의 투자 확대가 수익성 개선의 변수로 지목된다. 5개 ESS 공장에서 발생하는 초기 램프업 비용도 단기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반등 여부가 ESS 수주 확대 속도와 미국 IRA 보조금 정책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